아워홈 구지은 '작품' 푸드엠파이어 안착…'11년 만의 안식년' 끝낼까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사진)의 야심작 푸드 엠파이어가 인천국제공항 내 식(食)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경영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더팩트DB

[더팩트 ㅣ 박대웅 기자] "경영 복귀 관련해 논의된 바 없습니다."

23일 아워홈 관계자는 구지은 아워홈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묻는 <더팩트> 취재진에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구지은 전 부사장의 야심작 '푸드 엠파이어'는 인천국제공항에 문을 열었고, 지난 17일에는 13개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구지은 전 부사장은 지난 8월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빈소에 아버지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함께 조문하면서 '부녀 갈등설'도 일축했다. 보직해임 6개월이 채 안되는 시점이지만 이러한 성과 속에 재계에서는 구지은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설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구지은 전 부사장의 복귀가 전혀 요원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범 LG가인 구지은 전 부사장은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으로 유명한 LG가에서 가풍을 깨고 한때 경영권 승계 1순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7월 구매식재사업 본부장에서 보직해임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지은 전 부사장이 현재 회장실로 출근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근황을 전했다.

구지은 아워홈 전 부사장이 지난 7월 보직해임 후 복잡한 심경을 개인 SNS에 토로하며 사내 정치에서 밀렸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 구지은 SNS

당시 퇴진 이유는 원로 임원들과 갈등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SNS에 '그들의 승리~ 평소에 일을 모략질만큼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거다. 또다시 12년 퇴보… 경쟁사와 갭은 상상하기도 싫다. 11년 만에 안식년 감사하다', '회사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하는 인재들은, 일 안하고 하루 종일 정치만 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 등을 적고 보직 해임이 사내에서 비롯됐음을 암시했다. 중심에는 구지은 전 부사장과 함께 푸드 엠파이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노희영 전 CJ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과 불화설이 있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아워홈 부사장에 임명됐다. 이후 취임 4개월 만에 김태준 아워홈 사장은 사표를 냈다. 김태준 전 사장은 CJ제일제당 부사장 출신으로 노희영 고문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노희영 고문은 불화설이 불거지자 신속하게 "좋은 선후배 관계로 지내고 있다. 현재 조직 내부 상황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면서 "프로젝트를 맡은 책임자로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푸드 엠파이어는 구지은 전 부사장이 아워홈을 급식사업 중심에서 종합식품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추진했던 역점 사업이다. CJ푸드빌과 SPC가 양강구도로 경쟁하던 인천국제공항 식음료 사업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노희영 고문을 직접 영입해 푸드 엠파이어 기획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메뉴 개발 등을 모두 맡겼다.

그런만큼 구지은 전 부사장의 푸드 엠파이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SNS에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인천공항 상륙작전 1차에 성공했다"며 "너무나도 힘들게 이룬 것이라 벅차고 감격스럽다"고 푸드 엠파이어 론칭 소감을 남겼다.

구지은 전 부사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인천국제공항 내 푸드 엠파이어가 지난 17일 2차 오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내 유일한 식(食)문화 공간으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 아워홈 제공

아워홈은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식음료 코너 운영권을 획득했다. 탑승동 '푸드 엠파이어'는 지난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7월15일 오픈했으며, 여객동 푸드 엠파이어는 올해 8월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 17일 신규 한식브랜드와 대표 외식브랜드 13개를 대거 론칭하며 2차 오픈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이로써 아워홈의 푸드 엠파이어는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각각 동·서편 모두 4개 구역에 자리잡게 됐으며 18개 브랜드의 27개 개별 코너를 확보하게 됐다.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내 유일한 식(食)문화 체험 공간으로서 독보적 입지를 다지게 됐다.

경영 성과에 있어 구지은 전 부사장은 아워홈을 외식 업계 '거산'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성장시켰다.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된 뒤 ▲급식 ▲식품 ▲외식 ▲식재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급식사업은 2009년 중국 진출 후 꾸준히 사업영역을 확대해 칭다오, 난징, 광저우, 베이징 등에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국에서만 450억여원의 매출을 거두는 등 아워홈 급식사업의 중국시장 공략을 이끌었다.

식품사업도 김치, 김, 삼계탕 등을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 수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을 쌓았다. 여기에 국내시장에서도 가정편의식(HMR) 시장 카테고리를 선점하며 각종 상품을 개발해 종전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결과 1인 가구, 실버 세대 등 가족구조 변화에 힘입어 아워홈 식품사업은 지난해 약 1200억여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외식사업도 성장했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자회사 캘리스코를 통해 지난해 12월 글로벌 외식기업 타코벨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고, 한식 다이닝바 '루'도 삼성동 코엑스몰에 1호점을 열었다. 아울러 푸드 엠파이어를 인천국제공항에 입점시켰고, 일본 돈가스 브랜드 '사보텐'은 1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프리미엄 다이닝 '키사라', '싱카이', '손수헌', '오리옥스' 등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식재사업 역시 괄목할 만큼 성과를 이뤘다. 호남 광주 물류센터와 충북 제천 물류센터, 경기 오산 물류센터 등을 잇따라 오픈했다. 특히 물류시스템에 있어 배종훈 물류부문장이 국가기술표준원 표창 개인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구지은 전 부사장은 경영 참여 10년 만에 아워홈의 회사 규모를 2배로 키우며 재계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액 1조3045억원, 영업이익 501억원, 당기순이익 405억원을 기록했다.

아워홈 지분 관계도를 살펴보면 구자학 회장 슬하의 1남3녀가 회사 지분의 98.1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구지은 전 부사장의 아워홈 지분율이 형제들에 비해 우위에 있지 않다는 점은 경영 복귀의 걸림돌이다. 구자학 회장은 슬하에 아들 구본성 씨와 딸 구미현 씨, 구명진 씨, 구지은 전 부사장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이들은 회사 지분의 98.11%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지은 전 부사장은 막내 딸이다.

특히 장남인 구본성 씨가 아워홈 지분 38.56%를 쥐고 있는 것에 반해 구지은 전 부사장은 20.67%를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장녀 구미현 씨나 차녀 구명진 씨와도 지분차이가 1%포인트 안팎이다. 현재 구본성 씨는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외부에서 의류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변수'가 실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지은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지은 전 부사장의 핵심 추진 사업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거취가 달라질 공산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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