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조, 성과주의 정책 반대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주문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성과주의 정책 도입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융 노동조합들은 강압적인 성과연봉제 반대를 외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19일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 노조)가 "15만 금융노동자를 대표해 정부에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획책을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금융 노조는 "현재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금융당국의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성과주의 확산은 지난 9월15일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추진을 강행하면 합의 파기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금체계는 노사 자율적인 합의사항임에도 금융당국이 금융개혁과 무관한 금융권의 임금체계 개편을 종용하고 있다"며 "이는 또 다른 관치일 뿐만 아니라 노조법을 위반하는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주장하는 고임금 저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성과급 제도는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시간 연장을 부추길 뿐 실제로 은행의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 노조는 "정부가 의도하는 성과급 제도는 저성과자 퇴출제도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고, 이를 통해 인력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이중의 구조조정 전략인 데다가 개인별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시장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노조의 '총파업 경고'는 최근 금융 당국이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한데 따른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개혁회의에서 "앞으로 남은 금융개혁 과제는 금융권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라고 언급한 이후 이를 수차례 강조하며 연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과주의는 호봉제 중심의 현행 은행원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 당국의 요구에 맞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내년부터 성과주의 문화를 안착시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융 노조의 반대가 거세 성과주의 문화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성과주의 도입의 첫 주자가 된 기업은행은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민간은행과 비슷한 기업은행이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성과주의 도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강한 반발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주의 정책이 국내 금융권에 도입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 노조 역시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