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대웅 기자] '부르릉.'
살짝 경사진 오르막길, 마을 버스가 가속 패달을 밟는 순간 경찰의 손은 아래 위로 빠르게 움직였다. 속도를 줄이라는 수신호다. 12일 오후 1시15분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진행된 서울 은평구 동명여고 후문 약 300여m 뒷길의 풍경이다.
이날 오후 1시5분부터 1시40분까지 35분간 수능 듣기평가가 진행됐다. 경찰은 수험생들의 원활한 듣기평가를 위해 동명여고 후문 일대 이면도로를 통제하고 우회 도로를 안내했다. 영문을 모르던 운전자들은 어리둥절 했고, 일부 운전자들은 "무슨 일이냐"고 경찰에 따져 물었다. 경찰은 "수능 듣기평가 진행중입니다. 우회하세요"라고 답했다. 마을 버스는 예외적으로 해당 구간을 거북이 운행으로 통과했다.
이런 이색적인 풍경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수능 듣기평가 시간 동안 수험생들의 집중을 위해 항공기의 비행을 전면 통제했다. 이 시간 동안 모든 공항에서의 이륙 및 착륙이 금지됐고, 비행 중인 항공기는 지상으로부터 3km 이상 상공에서 관제 기관의 통제 아래 비행했다. 서울시는 수능 듣기평가가 진행되던 이 시각 모든 굴착 등 공사 소음 및 버스, 택시 등 차량 경적 자제를 당부했다.
이른 아침부터 교가를 부르며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하던 후배의 목소리는 오전 8시10분 입실 마감시간이 끝난 뒤 오전 9시쯤 언제그랬냐듯 조용해졌다.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고, 거리는 일상의 모습을 되찾았다.
오후 4시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리고 제2외국어 한문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섰다. 동명여고 앞은 이미 인파로 북적였다.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은 연신 휴대전화로 수능 관련 기사를 뒤적이거나 어디론가 전화를 걸던 손을 멈추고 수험생 자녀들을 맞았다.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학부형은 "2교시 수학이 어렵다는 기사를 봤다. 어찌됐건 잘 끝내고 나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 않고 맛있는 거 먹어야 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무사히 마쳤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서 수험생 못지 않은 긴장과 간절함이 묻어났다.
오후 5시. 제2외국어 영역도 마무리 됐다. 수능이 끝나서 홀가분한 표정과 아쉬운 표정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의 수험생들이 각각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부는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부모와 수능에 대해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눴고, 일부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옷깃을 여밀며 길을 내걸었다.
시험을 마친 안모 양은 수능 난이도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긴장도 됐고, 9월 모의고사보다 어려웠던 거 같다"고 말했다. 최모 양은 "9월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 군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엇비슷한 것 같지만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수능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9434명 줄어든 63만1187명으로 이날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212개 시험장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