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5개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연임 가능할까?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남은 임기동안 부실 비금융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팩트DB

금융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신속매각

[더팩트 │ 황진희 기자] 내년 3월 임기를 끝마치는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취임 초 '정책금융 맏형'을 자부했던 홍 회장이 임기 막바지에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문제로 ‘관리감독 소홀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데다 현대증권 매각 무산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가 1일 산업은행이 장기 보유한 자회사 118곳을 3년 내 집중적으로 매각하기로 하면서, 기존의 정책금융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이 ‘신속매각, 시장가치 매각’으로 바뀌어 그동안 홍 회장에게 숙제처럼 따라붙었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풀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정부가 원하는 산은의 정책금융 역할이 전면 수정되면서 홍 회장의 연임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산은 회장은 연임이 가능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임자들이 연임한 사례가 없어 홍 회장 역시 비연임으로 임기를 마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를 발표하고, 내년부터 산은의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3년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대상은 5년 이상 투자기업(출자전환 6개, 중소벤처 86개)과 정상화된 기업이다.

정부는 원활한 매각을 위해 기존의 매각가치 극대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원칙에서 시장가치·신속매각 원칙으로 바꾸기로 했다. 산 가격보다 팔 때 가격이 더 낮아도 매각 조건이 충족되면 매각을 진행해 기업의 정상 경영과 산은의 자산 건전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부실기업이라는 점이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기업(2014년 상장사 기준)은 대우증권, STX, 오리엔탈정공, 대우조선해양 등 100곳이 넘는다. 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이거나 대주주인 기업 중에는 아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기업도 다수다.

이렇게 된다면 ‘정책금융기관의 맏형’을 자부해 온 홍 회장의 역할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홍 회장은 취임식 때는 물론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정책금융기관의 맏형 역할을 강조하며 "통합 산은으로 거듭난 산업은행은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민간의 참여가 어려운 영역에서 'Risk Taker(위험 감수자)'의 역할을 더욱 과감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홍 회장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기술금융에 대한 지원 등 창조경제 활성화와 PE·PF·M&A 등을 활용한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 설 것이며, 통일금융의 개척자로서 실천가능한 통일금융방안을 연구해 나갈 것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당국이 '시장가치 매각원칙'을 적용해 담당자 면책권까지 부여하고 산은이 안정적인 기업 투자나 기업 인수시장에서 발을 빼게 한 만큼 산은의 역할이나 존재감은 크게 줄었다.

특히 홍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에서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도덕적 해이’ 논란에 직면했었고, 이후 또다시 국민의 혈세 4조 2000억 원을 대우조선에 지원해 임기동안 제대로 된 정책금융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휩싸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초 정책금융의 맏형을 자부했던 홍 회장이 결국 임기동안 비금융 계열사 매각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된 것도 그 예”라면서 “산은이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산업은행을 이끌어 온 홍 회장의 연임에도 사실상 빨간불이 켜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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