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27일 면세점 특허 관련 사업전략 소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두산·신세계그룹에 이어 SK네트웍스도 '면세점 특허권 전쟁'에 출사표를 던진다. 올 하반기 종료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향한 대기업들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7일 오전 11시 명동사옥에서 'SK네트웍스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이 직접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추진과 관련해 전반적인 사업전략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앞서 SK네트웍스는 서울 면세점 두 곳을 유치하면 2400억 원을 지역·중소기업과의 상생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16일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 면세점을 수성하는 동시에 동대문 면세점 추가 유치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SK네트웍스의 계획에 따르면 워커힐 면세점 특허가 재승인될 시 관람차·분수쇼 등 관광 랜드마크 개발과 지방자치단체 축제 지원 등에 900억 원이 투입된다.
동대문 면세점 추가 유치 시 계획도 그야말로 살벌하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에 면세점이 추가로 주어진다면 신진디자이너·소상공인 지원펀드(600억 원), 전통시장 문화·편의시설 구축(500억 원), 주변 관광환경 업그레이드(100억 원), 전통시장 활성화(300억 원) 등 모두 1500억 원을 사회 환원 성격의 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 건물 지상층에 대형버스 33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상태다. 또 전체 매장의 50%를 K-패션관·K-키드관 등 국내 브랜드 전용 매장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 중 75%는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워커힐 면세점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규모가 1만 2384㎡로 커지게 된다. 케레스타에 들어설 면세점 규모는 새 옷을 입은 워커힐 면세점보다 약 3967㎡가량 크다.
하지만 한발 먼저 출사표를 던진 두산·신세계그룹의 맹공도 만만치 않다. 두 기업 총수들은 사재까지 털어가며 점수 따기에 나서는 등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선두에 나선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유치로 도심 관광을 활성화해 5년 동안 매출 10조 원과 부가가치 7조 5000억 원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전날(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계획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서울 방문 외국인 중 81%인 927만 명이 서울 도심 관광지역을 찾았다"며 "관광인프라 개선에 5년간 530억 원을 투입하는 등 '도심관광 클러스터화' 지원을 통해 2020년까지 지금보다 약 2배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 외래 관광객 17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메사빌딩에 '국산의 힘' 센터를 설치해 중소중견기업의 우수한 국산품을 수출하는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의 명품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개발해 한국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면세점, 상생과 수출이 공존하는 면세점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시내 면세점 후보 지역으로 서울 신세계 본점 신관을 활용하기로 했다. 본점 신관 8~14층을 비롯해 메사빌딩 7개층(3~7층·10~11층) 등 총 14개층(연면적 3만 3400㎡)을 사용해 다양한 관광 및 상생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신관의 경우 영업 면적의 절반을 면세점 사업에 내놓은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는 2018년부터 운영되는 메사빌딩 옆 신축호텔, 지난 3월 인수한 SC은행 제일지점 건물 등 신세계타운 내 모든 시설도 면세점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서울 시내 면세점을 사회공헌 및 상생 면세점으로 설계하기 위해 5년간 2700억 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가 목표인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에 사재 100억 원을 출연했다. 이번 재단 발족은 동대문 지역 균형 발전이 주요 목표이지만, 면세점 사업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전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두산타워 9층에서 열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참석해 "재단 설립이 면세점 유치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없지 않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상생'과 '전통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두산의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에 정당성을 주장했다. 박 회장은 "두산 창업주인 박승직 회장 때부터 동대문에서 사업을 해왔고, 동대문 지역 유일한 대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면세점 예정지로 두산타워를 선택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지향해 국산품 매장을 전체 매장 40%까지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 채울 계획이다. 5년 후에는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밖에도 특허를 잃은 사업장에서 나오는 인력을 최대한 흡수하는 동시에 'K-스타일타운'을 조성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심야면세점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두산그룹 차기 대권을 거머쥘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등 두산 오너가 4세들이 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재단 출범과 면세점 유치에 두산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면세 2차 대전' 출사표에 골머리를 앓는 쪽은 롯데그룹이다. '공룡' 롯데로부터 기존 특허권을 빼앗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맹공'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롯데는 '집안싸움'에 매달려야 할 실정이다. 최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법적 소송 제기와 광윤사 이사 해임 등을 처리해 경영권 분쟁이 재발한 상황이다.
경영권 다툼으로 시끄러운 롯데는 이미지 제고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청년창업 활동 지원을 위한 별도 투자법인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1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투자금 조성에는 신동빈 회장이 사재 100억 원을 보태기로 했다.
창업 지원활동을 그룹 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신동빈 회장은 청년창업 활동과 관련,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청년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은 '롯데·신세계·두산·SK네트웍스' 4강 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과연 누구 손에 길러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