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국민연금 이사장, 자진사퇴 고민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복지부)의 자진사퇴 요구에 묵묵부담으로 일관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국민연금관리공단(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 이사장이 복지부의 자진사퇴 요구에도 엿새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 이사장은 지난 12일 복지부의 반대에도 국민연금의 2인자인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연임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홍 본부장의 연임에 대한 결정권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 15일 최 이장의 결정에 대해 홍 본부장의 비연임결정을 재검토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는 19일에도 최 이사장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비연임 결정의 철회나 사퇴 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복지부에 "조금만 시간을 달라. 조만간 입장을 표명하겠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최 이사장은 평소와 같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최근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독립시켜 별도 공사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최 이사장은 정부와 여권이 추진 중인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기금운영본부의 수장인 홍 본부장은 기금운영본부의 독립을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모호한 체계 역시 두 사람의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를 아래에 두고 예산과 인사 등에 관여하지만, 기금 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무 보고 과정에 두 사람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두 사람의 정치적 배경 역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최 이사장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다. 반면 홍 본부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구고등학교 동창이다. 홍 본부장이 선임될 당시 20여 명이 몰린 공모에서 최 부총리와 동창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만큼 막강한 배경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를 철회한다고 해도 결국 최 이사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다"며 "최 이사장이 매우 반대했던 기금운용본부의 독립도 결국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최 이사장이 지나치게 무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