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신동빈 '사절단' 박용만…면세대전 앞두고 '극과 극' 행보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 2라운드를 앞두고 지키려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집안싸움의 재점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반면 빼앗으려는 두산의 박용만 회장(왼쪽)은 경제사절단의 대표격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유통업계 최대 이슈로 꼽히는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 2라운드를 앞두고 '지키려는' 롯데그룹과 '빼앗으려는' 두산의 각 총수가 '달라도 너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모두 최근까지 면세점 사업확보를 향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치열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쪽은 '집안싸움'의 재점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경제사절단의 대표격으로 참여, 정부와 적극적인 공조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극과 극'의 양상을 띠는 두 사람의 행보가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평행선을 이어가던 양쪽의 기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궁지 몰린 신동빈, 또 터진 '밥그릇 싸움' 면세점 사업에 '재 뿌리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장남에 대한 경영권 승계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지난 국정감사 때 경영권 승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신동빈 회장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에 대한 정부 계획안이 수면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롯데는 가장 유력한 선정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신동빈 회장이 승기를 잡으며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던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부자의 공세로 재점화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장남에 대한 경영권 승계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지난 국정감사 때 경영권 승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신동빈 회장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은 것은 물론 소상공인단체까지 롯데의 면세점 특허권 연장과 관련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까지도 면세점 사업권 사수를 위해 직접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 면세점 사업을 경쟁 업계에 내줄 경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인천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진행된 '상생 2020' 선포식에 직접 참석해 1500억 원 규모의 상생 기금 투자를 약속하며 중소브랜드와 상생을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의 이례적인 행보에 일각에서는 롯데 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롯데 측이 꺼내 든 '상생 경영' 카드는 사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동빈 회장의 발언 이후 나흘 만에 소상공인단체가 롯데면세점의 특허권 연장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 소상공인연합회는 "롯데는 면세점 특혜로 얻은 유통망을 이용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소상공인들을 초토화해 왔다"며 19일 롯데의 면세점 특허권 연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롯데 사태 이후 수차례의 공개사과 등을 거쳐 가까스로 수습 국면에 들어선 반 롯데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든 것 역시 롯데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불거진 '롯데 사태' 이후 수차례의 공개사과 등을 거쳐 가까스로 수습 국면에 들어선 '반 롯데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든 것 역시 롯데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비난 여론을 해소하기 위한 롯데 측의 노력은 최근까지도 지속해 왔다.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후 지난 13일에는 롯데호텔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 5대를 들이받은 모범택시 기사의 개인 보험 한도 초과분 4억 원을 모두 부담한다고 밝히며 재벌가의 '선행'을 강조하는 등 면세점 재승인을 앞두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직간접적인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또다시 '집안싸움'이 불거진 데 이어 고령의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것 아니냐는 도덕적인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여론의 반응은 다시 싸늘해 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에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재벌가의 '권력 다툼'을 향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마저 '골목상권 침해'라는 명분을 내세워 롯데의 면세점 특허권 연장을 전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정부와 제대로 '손잡은' 박용만, '면세점 대전' 할만하다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명단에 대표격으로 이름을 올린 박용만 회장은 지난 14일 전미제조업협회와 공동으로 미국 워싱턴DC 월라드호텔에서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롯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산은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을 앞세운 롯데가 면세점 사업 비전을 발표한 지난 12일 두산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면세점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두산은 면세점 영업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상생형 모델'을 제시하며 맞불을 놨다. 특히, 두산 측은 "애초 영업이익의 5% 수준을 사회환원 비율로 제시했지만, 박용만 회장이 10~20% 수준까지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하며 지역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박용만 회장의 의지를 강조했다.

롯데와 두산 모두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상황에서 소상공인단체가 롯데에 반기를 들자 업계에서는 두산의 '반사 이익'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용만 회장의 활발한 대외활동 역시 눈에 띈다.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명단에 대표격으로 이름을 올린 박용만 회장은 지난 14일 전미제조업협회와 공동으로 미국 워싱턴DC 월라드호텔에서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을 개최하고 첨단산업을 영위하는 한미 기업 간 협력과 우호를 다졌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 등 경제사절단 전원(166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71개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15만 개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역기업까지 회원사로 아우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으로서의 활동이 면세점 사업권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정부와 공조해 대외적인 경제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그의 행보는 '재벌 개혁' 등 반 재벌 정서 분위기를 조장한 신동빈 회장과는 대조를 이룬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상생이라는 미션에서도 두산이 롯데보다 우위에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박용만 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71개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15만 개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역기업까지 회원사로 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내수활성화를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하며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 활성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연임에 성공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주요 대외 활동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에 대한 부정적 시선마저 늘고 있는 점 역시 두산의 면세점 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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