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은행 영업 연장, 직장인들은 환영"
[더팩트 ㅣ 서민지 인턴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은행 영업 4시 마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가운데 은행권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검토에 나섰다. 이같은 변화 소식에 소비자들은 "편리함 증대"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은행권 관계자들은 "비효율적인 업무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 "연장 영업 환영"
15일 오후 4시 30분 <더팩트>가 방문한 국민은행 '애프터뱅크'는 금융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은행 안 세 개의 창구의 자리는 모두 가득 차 있었고, 대기 인원은 5명 정도가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에게 은행권 연장 운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시간 연장에 대해 긍정적이다. 자주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권이 업무량이 많다고 들었다. 은행원들의 반발은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며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소비자는 "4시까지 운영하는 은행 이용 시 반차나 연차를 내고 은행 볼일을 봐야 했다"며 "시간 연장 은행의 경우 짬 내서 이용할 수 있을뿐더러 일을 끝내고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다른 은행보다 자주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은행 영업 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신모(35)씨는 "은행 영업원들도 결국 회사원이고, 보통 4시에 끝나고 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원들이 더 일한다고 해서 금융 산업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고, 괜히 윗사람 말 한마디에 말단 직원들만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금융 노조 "애꿎은 은행원 탓"
그러나 은행 영업 연장에 대한 은행권 관계자들은 "비효율적인 처사"라며 최 부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진정한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원칙도 방향성도 없이 무턱대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관치금융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실천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더 나아가 금융개혁의 진정한 핵심은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중소기업을 위해 금융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를 그만두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과 실천, 금융에서 소외된 국민들을 위해 금융 공공성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금융산업의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업무 시간 연장과 금융 활성화가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증가할지라도 업무 시간만 늘어날 뿐, 효율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금리 등으로 은행 상황이 좋지 않다. 비용 대비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며 "현재처럼 직장인 밀집 지역 등 수요가 많은 곳에서만 연장 근무를 하는 '선택적 탄력 근무'가 적절하며, 전국적인 확대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석환 전국금융산업노조 사무처 정책 담당자 역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부의 무능력을 일반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업장이 오후 4시에 마감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저녁 8, 9시에 끝나는 경우도 많다. 마감하면서 시재금이 틀리면 이를 확인하느라 몇시간 더 근무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재보다 노동 강도를 높인다면 오히려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 활성화는 시간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연장·야근 문화는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