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지구상에 오후 4시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어디 있느냐?”
[더팩트 │ 황진희 기자] ‘은행 영업 4시 마감’ 논란이 단숨에 은행권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던진 '은행 영업 4시 마감' 발언이 은행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은행 지점 영업시간의 다변화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최 부총리의 발언에 호응하고 나섰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현재도 특화점포 등에서 영업시간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4시 이후에도 문 여는 지점이 확산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특화점포의 확대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지점망을 재편 중인 국민은행이 영업시간 다변화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지역 특색에 맞게 다양한 특화 점포를 운영 중이다.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라는 영업시간을 벗어나 오후 늦게까지 여는 점포, 주말에도 여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점포들을 늘려 ‘영업시간 파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13일 열린 ‘하나멤버스’ 출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객이 편하다면 은행 영업점이 오후 4시 이후에도 문을 열 수 있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은) 변형시간근로제를 도입, 확대하자는 얘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도 모든 은행이 다 오후 4시에 문을 닫지 않고 일부 특정 지점은 (변형시간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모든 지점의 영업시간을 다 조정할 필요는 없고 공단, 상가지역 등 필요한 지역의 경우 필요하다면 지금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와 국민은행의 이같은 계획은 최근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최 부총리는 11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한국 금융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지구상에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사가 (한국 외에) 어디 있느냐”며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금융 부문이 우간다(81위)에 뒤진 87위로 떨어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러나 최 부총리의 강한 질타에도 불구하고 4시 이후 문 여는 은행 지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의지를 밝힌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다른 시중은행들은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들 은행들은 현재도 출장지점, 특화지점 등을 통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민은행은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애프터 뱅크’를 사무실이 밀집한 성남 야탑역, 서울 우면동, 가산라이온스밸리, 메트라이프타워, 강남중앙 지점 등 5곳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들이 많은 지점을 중심으로 17곳에서 근무시간을 고객 편의에 맞춘 변형시간근로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도 공항출장소 등 69개 특수점포에서, 우리은행은 공항출장소 등 36개 점포에서, 농협은행은 전국 지자체 출장소 219곳에서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이광구 은행장이 전날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터라 내부적으로 4시 이후 문 닫는 지점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다만 현재 공항, 법원 출장소, 외국인특화점포 등에서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