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빠진' 한식뷔페 시장, 이랜드·신세계·CJ는 계속한다?

접겠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롯데는 계획했던 한식뷔페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복합 외식 공간을 마련해 청년 창업자들에게 장소와 자본을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 한식뷔페 진출 없을 것"…골목상권 침해 논란 의식?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이 골목상권 침식 논란에 휩싸여 결국 계획했던 한식뷔페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앞서 그룹 단위에서 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CJ, 이랜드, 신세계 그룹의 사업유지 여부가 재계 및 중소 요식업계 내 급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후 별도 서면으로 "롯데는 한식뷔페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복합 외식 공간을 마련해 청년 창업자들에게 장소와 자본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 사례에서 시사하듯, 자본력을 앞세운 대그룹 한식뷔페사업이 골목상권 중소 요식자영업자 생존권을 침식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도 CJ, 이랜드, 신세계 측은 롯데의 '결정'에 상관없이 해당 사업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등은 꾸준히 제기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문제 될 것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이미 여러 점포를 개점한 자신들과 그렇지 않은 롯데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CJ 이랜드 신세계 측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여론을 의식해 "지나친 점포확장은 자제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같이 보였다.

중소 요식업계는 "롯데와 이랜드, CJ,신세계의 한식뷔페 사업이 무엇이 틀리냐며 해당 그룹들이 중소 자영업자와의 상생 의지를 보여주기"를 강력히 바랐다.

◆ 골목상권 침해? "문제 될 것 없어"

신세계 측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 공정거래 공고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신세계가 영위중인 한식뷔페 올반 /이성락 기자

'한식뷔페 말고는 되는 게 없다' 요즘 요식업계에 떠도는 말이다. CJ, 신세계, 이랜드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한식뷔페 사업에 뛰어드는 것만 보더라도 한식뷔페는 수익성이 보장된 업계 주요 트렌드다. '유통 공룡' 롯데 역시 업계 흐름에 맞춰 사업을 추진했다. 브랜드명은 '별미가'로, 최근까지 롯데의 외식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리아는 올가을 한식뷔페 1호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최종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결국 사업을 접었다. 국정감사 기간에 대기업의 '지역상권 죽이기'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는 사업을 접고 복합 외식 사업으로 선회했다.

롯데의 결정을 지켜본 선발 한식뷔페사업을 꾸리고 있는 여타 그룹들 입장은 크게 다르다.

신세계 측은 "롯데는 한식뷔페에 진출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하며 "자신들(신세계)의 한식뷔페 사업 영역은 골목상권에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 공정거래 공고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한식을 대중화하고 격을 높이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J 측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 이미 골목상권·영세사업자 측과 합의하고 출점해 문제가 없으며 자신들계절밥상은 농가 상생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락 기자

CJ 역시 마찬가지였다. CJ 관계자는 "롯데 철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롯데는 아직 론칭전이라 우리와 입장은 다르다. '계절밥상'은 이미 골목상권, 영세사업자 측과 합의한 동반성장위원회 권고안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농가 상생 브랜드다. 실제로 제철 농작물을 직거래하고 있다. 농가 소득 분배나 소비자 후생 등을 들여다보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랜드 측은 "논란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라면서도 "이미 진출해 있는 점포를 철수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권고사항'을 지키고 있다며 골목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실제로 대기업들의 한식 뷔페 사업 진출은 영세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 영세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골목상권 음식점을 보호하는 제도로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기업이 확장, 신규 진입을 자제하는 '적합업종' 제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본사 또는 계열사 건물, 신도시 신상권 지역에는 출점이 허용되는 등 예외조항이 광범위하다.

◆ 한식을 사랑한 대기업?

이랜드의 한식뷔페 브랜드 자연별곡 압구정점 입구. /이성락 기자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왜 한식뷔페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의 '한식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쉽게 말해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 한식뷔페 가격은 1인당 2만 원 이하로 고급 한정식(3~5만 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2만~3만 원)보다 싸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웰빙 메뉴가 많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다. 식사 시간에는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며, 오픈 초기에는 몇 달간 저녁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다. 한식뷔페 사업이 외식 시장에 '단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한식뷔페 사업 경쟁에 방아쇠를 당긴 그룹은 CJ다. CJ푸드빌은 지난 2013년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아브뉴프랑'에 '계절밥상' 1호점을 열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고객 3만 명을 넘어섰다. 10개월 만에 누적 고객 6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침체된 외식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현재 CJ푸드빌 '계절밥상'은 전국 28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서울에만 14개 매장을 두고 있다.

CJ의 '계절밥상'이 홈런을 치면서 이랜드도 한식뷔페 사업에 숟가락을 얻었다. 이랜드는 100여 가지 한식을 뷔페 스타일로 구현한 '자연별곡' 브랜드로 한식뷔페 열풍에 힘을 보탰다. 9일 이랜드에 따르면 '자연별곡'은 지난해 4월 1호점인 분당 미금점을 시작으로 명동, 강남, 압구정, 홍대, 수원, 일산, 부산, 대구 등 전국 4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점 속도 면에서는 한식뷔페 '원조'인 '계절밥상'을 뛰어넘고 있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10월 9일 '올반'이라는 이름으로 여의도점 론칭을 시작했고, 현재 영등포점, 김포한강점, 대학로점 등 1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 "대기업이 음식점까지…점포 확장 자제 당부"

CJ·이랜드·신세계의 국내 한식뷔페 사업 현황. /이성락 기자

'뜨거운 감자'인 한식뷔페 사업에 CJ, 이랜드,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손을 대면서 부작용이 뒤따랐다. 한식뷔페 사업 3파전이 뜨거워지면 질수록 기업들의 공격적인 '점포 늘리기'는 심해졌고, 더구나 롯데까지 한식뷔페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상권 침해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받은 '대기업 한식뷔페 출점에 따른 외식업 영향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경기지역에서 한식뷔페가 개장한 이후 5km 이내 음식점 45.2%의 매출이 줄었고, 이들의 매출 감소율은 평균 15.7%에 달했다. 한식뷔페로부터 1km 이내 음식점의 52.2%, 1km 이상~5km 이내 음식점은 29.3%의 매출이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한식뷔페와 고객층이 겹치는 한식당(51.4%)의 타격이 가장 컸고 일식(41.1%), 서양식(39.4%), 중식(35.2%) 등의 타격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대기업의 한식뷔페 사업 진출은 소상인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한식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음식점까지 진출하니까 힘든 것이다. 한식뷔페에 '고객 쏠림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주변 상권 영세업은 매출이 떨어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출점한 매장에 대해서 트집을 잡는 건 아니다. 다만 사업 확장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기업에서 자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단 그룹 측은 이번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 지나친 국내 점포 확장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한식 사업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외형 확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역시 "골목상권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히 생각해 국내 한식뷔페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현재는 중국시장 진출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국내 점포 확장은 자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7월 24일 "대기업 한식뷔페로 인한 지역 상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생법 개정안에는 중소기업적합 업종 지정 이후 문제가 발견될 때 조항을 개정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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