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풍경은?…'큰 기대, 큰 실망'

국내 백화점 빅3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은 외관상으로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날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듯 크게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백화점 명동점(위부터 시계방향). /변동진, 김아름, 김민수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속 빈 강정을 보았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뚜껑이 열렸다. 정부의 소비진작 차원으로 추진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8월 14일~10월 31일)'의 연장선에서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열리는 대규모 할인행사가 시작된 것. 전국 대형 백화점(71곳)과 마트(398개), 편의점(2만5400점) 등 제조·유통 업체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50~80% 세일'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한 바 있다.

실제는 어땠을까? <더팩트>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을 직접 찾았다.

◆ 롯데백화점, 할인행사라기보다 '땡처리' 느낌

1일 <더팩트> 취재진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린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롯데백화점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은 9층 롯데면세점 소공점 옆에 마련돼 있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실제로 핸드백, 아웃도어, 주방용품, 구두, 영캐주얼의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해 제품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었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된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엔 수천 명의 고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행사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협소한 공간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전쟁터 피난길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물건을 제대로 보기조차 어려웠고 심지어 의류의 경우 제품들을 쌌던 비닐 포장이 다 뜯겨진 채 사방팔방에 너부러져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해 경기도 성남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은 "이게 백화점인지 시장인지 구분이 안 간다"며 "살 것도 마땅치 않고 할인행사라기보다 땡처리 느낌이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명품은 물론 유통·가전 등 모든 브랜드가 참여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하면, 롯데백화점은 이월 상품 또는 비인기 신상품들만 준비했다는 지적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 역시 "현실적으로 이번 행사는 재고 털기의 개념이 강하다"면서 "정부에서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행한다지만, 재고가 없는 업체들은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 현대백화점, 정부 소비진작 정책에 구색 맞추기

이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외부에 걸려 있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는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백화점 내부에서는 '할인'이라는 표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이번 행사의 일환으로 지하 1층 식품관 안쪽에 마련된 임시행사장에서 프리미엄 골프대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두 이월상품이었으며 골프대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골프웨어 브랜드 수는 5~6개 가량에 그쳤다.

행사에 참여하는 브랜드는 백화점 내 극히 일부였고, 이마저도 모두 이월상품이었다. 가을·겨울 신상품은 '사막에서 바늘찾기' 수준이었고, 유명 브랜드들도 대부분 행사에서 제외됐다.

행사 제품들은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있지도 않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많았다.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프리미엄 행사', '특별 세일' 등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한마디로 '무늬만 블랙프라이데이'를 실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부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에 있다보니 할인폭 등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신세계, 이월상품 할인이 무슨 큰 할인?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백화점 주변 가로등엔 '코리아 그랜드세일'이라 적힌 깃발이 나부끼고 있으며 쇼윈도 곳곳 붉은 바탕 위에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정작 매장 내 분위기는 한산했으며 방문한 고객들 대부분 빈손인 경우가 허다했다.

명동 신세계백화점 10층 문화홀에 마련된 아웃도어 행사장은 방문한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매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새롬 기자

이날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이 모(33·여) 씨는 늘 해외직구로 물건을 구매해 오다가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소식에 부푼 기대를 안고 백화점을 방문했다. 그는 반응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실망"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웃도어만 이번 행사 품목에 해당하지 나머지는 정기 세일과 다를 바 없지 않냐"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10층 문화홀에 마련된 아웃도어 행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노스페이스와 K2, 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가운데 고가로 분류되는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해당 브랜드는 이번 행사동안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반 아울렛 매장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거나 "이월상품 할인이 무슨 큰 할인이냐", "이럴 바에 아울렛 매장으로 가득한 가산으로 가는 것이 더 낫겠다"라고 지적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층이 찾는 만큼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살 물건이 없다'는 말도 있으나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 권오철 기자 kondor@tf.co.kr]

<관련 기사>

[TF현장] 롯데百, 한국 블랙프라이데이 열어보니 '속빈 강정'?

[TF현장] 현대百 '블랙프라이데이', "가을 정기세일 연장 불과"

[TF현장] 신세계百 '블랙프라이데이', "이월상품 할인이 무슨 할인" 푸념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