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가을 정기 세일과 다를 바 없어
'50~80% 세일'이라는 화려한 문구로 눈길을 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첫날부터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다수 브랜드들이 '최대 30%',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할 거라는 기대는 백화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건물 밖에 큼지막히 걸려있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는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백화점 내부에서는 '할인'이라는 표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할인가인지 정가인지 구분이 안 갈만큼 비싼 가격에 "블랙프라이데이 첫날이라고 들었는데 세일은 어디서 하나요?"라고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다.
1일 <더팩트>가 찾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건물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대신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지난 8월부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할인 행사다. 올해는 메르스로 위축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내국인에까지 행사를 확대했다. 그러나 백화점 업계는 본래 자체적으로 매년 가을 정기 세일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행사도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같다고 보고 있다.
직접 현장에 나가보니 '무늬만 블랙프라이데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하는 브랜드는 백화점 내 극히 일부였고, 이마저도 모두 이월상품이었다. 가을·겨울 신상품은 '사막에서 바늘찾기' 수준이었고, 유명 브랜드들도 대부분 행사에서 제외됐다. 행사 제품들은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있지도 않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많았다.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프리미엄 행사', '특별 세일' 등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이번 행사의 일환으로 지하 1층 식품관 안쪽에 마련된 임시행사장에서 '프리미엄 골프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 직원들에게 정가에서 몇 % 할인된 가격인지 물어보니 대부분 "모두 이월상품이라 정가에서 40~50% 할인된 가격"이라고 답했다. '골프대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골프웨어 브랜드는 5~6개 정도밖에 없었다. 행사장 외 일반 매장들은 세일은 남일이라는 듯 행사와 무관하게 가을 겨울 신상품을 판매했다.
이날 지하 1층 행사장을 찾은 한 50대 여성 고객은 "가격이 저렴하면 브랜드가 마음에 안들고, 원하던 브랜드를 발견하면 제품이 소량밖에 없어 이래저래 행사 덕을 보긴 힘들 것 같다"고 푸념했다. 아니나다를까 오전부터 쏟아진 장대같은 빗줄기를 뚫고 방문한 손님들은 대부분 행사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빈손으로 자리를 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2일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고자 지난해보다 6일 빨리 세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번 가을 정기 세일 주제를 '코리아 그랜드 세일'로 정하고, 브랜드별로 가을·겨울 신상품을 10~30% 할인 판매하고 프리미엄패딩, 다운점퍼, 겨울 코트, 모피 등 이월 상품 물량을 20% 가량 확대해 브랜드 별로 최대 70% 할인 판매하는 대형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부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에 있다보니 할인폭 등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