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롯데百, 한국 블랙프라이데이 열어보니 '속빈 강정'?

기대와 다른 한국 블랙프라이데이 지난달 초부터 유통업계를 들썩였던 한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를 안고 1일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상품구성에 실망, 반찬은 많은 데 먹을 게 없다는 불만을 내비쳤다. /소공동=변동진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지난달 초부터 유통업계를 들썩였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를 안고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실망을 가득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혼수철을 맞아 고가의 명품이나 가전제품, 화장품 등을 기대하고 방문한 고객들은 ‘살만한 게 없다’, ‘반찬은 많은 데 먹을 게 없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상품구성 측면이나 그랜드세일의 할인율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브랜드 설화수 매장을 가득 채운 유커

◆그랜드세일 따로, 블랙프라이데이 따로

1일 <더팩트> 취재진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린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알리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특히 화장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1층에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몰렸다.

유커들이 가장 많이 몰린 매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브랜드 설화수와 헤라였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일각에선 유커들만 할인해줘 국내 고객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실을 확인한 결과, 한국인 중국인 모두 어떠한 할인도 없었다. 그저 샘플을 더 주는 정도였다.

롯데백화점 본점 곳곳에선 할인행사가 한창이었다. 할인율은 평년 가을정기세일 수준인 10~20%로 그랜드세일이란 단어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는 게 고객들 중론이다.

모든 매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 규모의 할인행사를 진행한다고 오인한 고객들은 “할인은 없냐”, “왜 이렇게 비싸냐”, “50%라더니 이게 무슨 세일이냐” 등의 불만을 내비쳤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된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엔 수천 명의 고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린 수천 명의 고객들

취재진은 9층 롯데면세점 소공점 옆에 마련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이뤘다.

사람들이 이처럼 몰린 까닭은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범정부적으로 품목별 50%~70%의 할인행사를 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는 2만 6000개 점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핸드백의 경우 닥스와 DKNY를 비롯해 루이까또즈·메트로시티·빈폴 등과 일부 중저가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DKNY의 경우 30만 원 후반대 제품 30개를 2만 원 중반까지 할인해 판매했다.

이밖에 아웃도어(K2, 블랙야크, 아이더 등), 주방용품(덴비, 실리트, 휘슬러, 르크루제, WMF 등), 구두(소다, 탠디 등), 영캐주얼(톰보이, ADHOC 등) 브랜드들도 참여했다. 핸드백을 제외하고 대부분 10만 원 안팎으로 판매했다.

롯데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은 블랙프라이데이 구성 상품을 두고 아울렛에서도 살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나온 제품, 아울렛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행사장을 반문한 고객들은 이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협소한 공간과 너무 많은 인파로 물건을 제대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10월이라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아 너무 더워 10분도 지나지 않아 땀이 흘렀다. 공기 역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탁했다.

또한 곳곳에서는 서로 밀치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전쟁터 피난길을 방불케 했다.

심지어 의류의 경우 비닐포장은 다 뜯기고 새 제품인지 중고품인지 모를 정도로 사방팔방 너부러져 있었다. 판매를 돕는 직원은 제품을 정리와 동시다발적인 질문으로 사실상 응대가 어려웠다.

의류 제품의 경우 비닐포장이 다 뜯긴 채 여기저기 너부러져 새 상품인지 중고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상품의 구성이었다. 혼수철을 맞아 가전제품, 침구류, 가구 등을 기대하고 방문한 고객은 살만한 제품이라곤 주방용품뿐이었다.

명품은 물론 유통·가전 등 모든 브랜드가 참여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하면, 롯데백화점은 이월 상품 또는 비인기 신상품들만 준비했다.

국내 아웃어도 상품을 판매하던 직원은 “솔직히 이번 행사에 신제품은 없다”며 “당연히 대부분 지난해 팔리지 않은 이월상품이거나 가격이 빨리 떨어진 비인기 신상품이다”고 설명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해 경기도 성남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은 “이게 백화점인지 시장인지 구분이 안 간다”며 “살 것도 마땅치 않고 할인행사라기보다 땡처리 느낌이다. 반찬은 많은데 먹을 게 없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실망이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며칠째 ‘초대형 할인이다’, ‘역대 최대다’ 등의 뉴스가 계속 나와 기대를 안고 왔다. 저렴하긴 정말 저렴한데, 이정도 가격대면 아울렛에서도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뉴스는 믿을 게 못된다”며 기자를 민망하게 했다.

그나마 등산에 취미를 갖고 있는 50대에서 60대 고객들은 아웃도어 브랜드 앞에 모여 옷을 입어보고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60대 남성은 “난 메이커에 별로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며 “그저 싸고 기능만 좋으면 그만이다”고 흡족해했다.

업체들의 저조한 참여로 속빈 강정이 된 한국 블랙프라이데이

한편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 구성 문제에 대해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참여를 독려하는 것과 할인율을 평소보다 높이는 정도가 전부다”며 “가전제품을 50% 이상 할인판매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다. 미국의 경우 1년 전부터 준비하지만 겨우 1달 정도 준비해서 어떻게 제품을 마련하냐”고 해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이번 행사는 재고 털기의 개념이 강하다. 정부에서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행한다지만, 재고가 없는 업체들은 참여할 수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촉진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정도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밝혔다.

[더팩트 | 변동진 기자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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