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검찰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사안이라 얘기할 것이 없다"
K뷰티 열풍으로 화장품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제품으로 승승장구한 화장품 업계 네이처리퍼블릭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회사 정운호 대표가 해외 원정 도박을 해온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대규모 방한으로 매출 신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네이처리퍼블릭엔 충격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명동 8길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매장 땅값은 3.3㎡당 2억6631만원으로 지난 12년동안 전국 최고가로 유명세를 타면서 국내외 고객을 끌어 모았다.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는 이번 중국의 최대 명절인 중추절(9월26~27일)과 국경절(10월1일~7일)은 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좋은 기회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터진 정운호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에 따른 검찰 소환은 네이처리퍼블릭에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더팩트>는 정운호 대표의 검찰 소환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1일 오전 네이처리퍼블릭 본사를 찾았다.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한 대형 건물 24층에 자리한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사무실은 마치 아무일 없는 듯 고요했으나 뒤숭숭한 분위기가 엿보이는 듯 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업무에만 열중하고 있을 뿐이다. 어렵게 말문을 연 직원들도 "우리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묵묵부답이다.
네이처리퍼블릭 한 관계자는 정 대표의 해외 도박 혐의 보도에 대해 직원들 반응이 어떻냐는 질문에 "현재 직원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며 "뒤숭숭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고 경계의 눈초리속에 선을 그었다.
정운호 대표의 부재에 대한 직무대리 등과 관련해선 "아직 그런 것까지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며 "(우리도) 언론에서 나온 기사를 보고 정 대표 사건을 알게 됐기에 공식적인 답변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 입장에서) 현재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정운호 대표 사건은) 검찰에서 현재까지 조사하고 있는 내용으로 더는 할 말이 없다는 공식답변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네이처측은 애써 담담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으나 업계 안팎의 반응은 다소 냉랭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부각시켜가는 입장에서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는 기업은 물론 제품 이미지를 훼손하는 악재로 보인다"며 "혐의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자칫 이미지 추락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어 노심초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운호 대표는 지난달 30일 상습적으로 마카오 등지에서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정운호 대표의 혐의는 검찰이 마카오와 필리핀, 캄보디아에서 카지노를 운영한 폭력조직 범서방파, 학동파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연루됐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조사에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정 대표를 상대로 마카오 등에서 사용한 도박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가 사용한 도박 자금의 출처가 회사 자금인지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03년 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을 설립해 업계 1위에 올려놓은 뒤 매각, 이후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으로 이동해 대표직에 올랐으며 이후 미국과 중국으로 뻗어나가며 사세를 확장시켰다. 일각에선 그의 광폭적인 행보를 '중저가 브랜드의 성공신화'로 평가하며 주목했으나 지금은 해외원정 도박 혐의자로 전락, 회사 이미지마저 훼손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