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정우성 장동건 이정재 등 미남 배우 공세에 들뜬 겜심
게임시장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별들의 전쟁’이 새롭게 막을 올리고 있다. 겨울방학 성수기를 앞두고 각종 신작 모바일게임들이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면서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들을 모델로 채용한 게임광고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병헌 정우성 장동건 이정재 등 빅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휴대전화 속 ‘별들의 전쟁’을 연상케 한다.
이 같은 ‘별들의 전쟁’은 신작 경쟁이 치열하게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 게임시장의 볼거리 중 하나다. 말끔한 슈트와 구두로 한껏 차려입고 시상식 현장을 누비던 스타들이 화려한 레드카펫을 벗어나 게임세상을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차승원은 ‘별들의 전쟁’이 발발하게 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올해 초 인기 모바일게임 ‘레이븐’(넷마블게임즈)의 모델로 나선 그는 광고에서 게임 아이템을 연상케 하는 큰 칼을 들고 강렬한 남성미를 발산했다. 차승원의 활약 덕분인지 ‘레이븐’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국내 모바일게임 1위(최고매출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생명주기가 짧은 모바일게임의 특성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다.
요즘 게임시장에선 이병헌 정우성 장동건 이정재 등이 새로운 게임 아이콘으로 활약하고 있다. 영화 ‘지.아이.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을 통해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한 이병헌은 넷마블게임즈의 신작 모바일게임 ‘이데아’를 알리는 모델로 활동 중이다. 조각 미남 배우 정우성과 장동건은 각각 신작 모바일게임 ‘난투’(쿤룬코리아)와 ‘뮤 오리진’(웹젠)의 얼굴마담이다. 영화 ‘도둑들’과 ‘암살’의 천만 관객 배우 이정재는 신작 모바일게임 ‘고스트’(로켓모바일)로 훈남 광고 경쟁을 벌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모두 40대 남자 배우라는 점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봤던 꽃중년 미남 스타들의 격전이 손안의 게임세상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소녀 스타들이 주를 이뤘던 이전의 게임광고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칼과 방패를 들고 괴물들을 물리치면서 성장하는 방식인 역할수행게임의 특성상 야성적 전투본능을 일깨우는 이들 스타가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가 이 처럼 S급 스타들을 앞 다퉈 광고모델로 발탁하고 있는 배경에는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거액의 모델료를 주고서라도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출시 한 달도 채 안 돼 성패가 갈리는 상황에서 제품 집중도를 높여 실적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계약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수적인 접근으로 이들의 모델료는 1000만~3000만 원 정도인 유명 치어리더와 아나운서보다 열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소규모 게임업체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아무리 게임성이 좋아도 마케팅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한 소규모 게임업체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커졌다는 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다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고착되는 것 아니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