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역행(?)' 롯데쇼핑 롭스…'갑질'로 공정위 조사착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은 현장경영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올해 국감에서 그의 증언을 볼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갑질행위나 비리 비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으로 보여졌다. 신 회장은 현장의 갑질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모르거나 무책임하거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갑질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증언하는 지난 17일 그 시각에 롯데의 일방적 거래중단 통보로 생계가 막막해진 한 납품업체 대표는 병실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난 2년간 거래를 하면서 적지않은 신의를 쌓았다고 자부했는데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납품 직거래를 일방적으로 끊고 그 사실자체도 두달이 지난 다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전달하는 롯데측 행위에 치가 떨려 할 말이 없습니다. 오죽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면 유통 공룡이라는 롯데를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를 했겠습니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행위보다 더 무모한 을(乙)의 반격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바참해질 것 같아서…"

롯데쇼핑 헬스&뷰티 사업부인 롭스의 일방적 거래중단 '갑질'로 회사 문을 닫게된 납품업체 에치비엘 관계자는 1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신 회장의) 국감장 모습을 잘 봤다. 한마디로 신 회장의 국감 증언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롭스의 갑질을 두고 회사측은 일개 실무자의 실수일뿐이라며 회피한다. 그런데 그 때문에 한 중소업체는 문들 닫았다"고 분개했다.

이 관계자는 " 롯데나 신 회장은 기회있을때마다, 물론 그 기회가 롯데에 사고가 터져서 여론작업을 할 때이겠지만, '갑질 근절' '상생경영'을 강조했다. 그런데 모든게 말뿐이고 허울좋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지 우리 같은 영세 납품업체에 롯데는 '슈퍼 갑'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리고 신 회장은 경영 일선의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지 못한 것 같다. 그룹이 방대해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신 회장의 갑질 근절 의지가 강하다면 이는 경영 시스템적으로 해당 방안을 마련해 하나라도 더 갑질을 근절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빈 국감'은 그룹의 지배구조등 경영 계통과 함께 유통그룹인 만큼 수많은 납품업체와의 상생경영문화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신 회장은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10대 재벌 총수가 직접 국감장에 출석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재계 일각의 눈과 귀는 신 회장의 입으로 쏠렸다. 롯데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는 모든 중소기업들 역시 신 회장의 발언에 귀를 쫑긋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신 회장에게 롯데그룹의 불공정거래 행위와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골목 상권 침해 등을 나무랐다. 최근 일어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불투명한 지배 구조, 그룹의 정체성 논란도 되짚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적된 갑질 행위등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이새롬 기자

신 회장은 자신에게 집중된 모든 질문과 추궁에 당당한 자세로 "들어 봤습니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공감합니다", "개선하겠다", "약속하겠다"라는 소신성 발언도 빈번했다. 불공정거래 행위와 골목 상권 침해, 순환출자 고리 개선 등 지적한 부분에 대해 '반드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신문에 대응했다. 흡사 그룹의 원 리더로 계열사 전반을 '제대로' 챙기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의원들의 구체적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하면서 얼버무리는경우도 적지 않았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 회장에게 "지난 10년간 공정위로부터 유통업계 전체에서 받은 부과금 가운데 롯데가 57%를 받았다. 올해에도 세 차례나 과징금을 받았는데 알고 있냐"고 물었고 신 회장은 "네"라며 짧게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결국 신 회장은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항상 우리 대표 이사들과 임원들에게 법률을 100% 지키라 이야기하고 있는데. 본인의 역량이 부족해 생긴 일이다"며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죄송하다"며 고개도 숙였다.

국감장에서 보여진 신 회장의 공손한 자기 반성의 태도에 대해 롯데와 거래해 온 중소기업체 반응은 어떨까.

에치비엘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한 의원이 롯데의 일방적인 납품업체와의 거래중단등 갑질 행태를 짚을 때도 신 회장은 모르고 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홈쇼핑 갑질 때도 위원회를 조직하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약속했으나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신 회장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어찌보면 신 회장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리성 사건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며"문제는 현장 실무자들의 갑질 마인드이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롯데가 10대 그룹중 상대적으로 직원들 연봉이 적은데, 이 때문에 일선 일각에서는 걸리지만 않으면 갑질등으로 뒷돈을 챙겨도 롯데는 모른 척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고 전했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롯데에 여러 가지 불공정거래가 많다. 롯데가 상생하겠다고 입으로는 하지만 아직도 수 많은 불공정 제보들이 있다"며 롯데쇼핑 '롭스'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거래중지와 롯데건설의 하도급 업체 추가 공사대금 100억 원 미지급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보고받은 바 없다"며 "파악되는 데로 바로 조처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에치비엘은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헬스&뷰티 사업부인 롭스의 일방적 거래 중단 요청으로 사실상 파산 상태에 몰리게 됐다. 롭스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이른바 '갑질'을 한 것이다.

에치비엘 관계자는 롭스의 무책임한 태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우울증과 수면장애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됐다. 결국 "좋게 해결하고자 했으나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다고 판단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롯데사태와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신 회장은 또 국감장에서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롯데마트 공정거래위원회 직권 시점 증거 인멸 및 은폐 의혹 질문에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이) 질문해 알게 됐다"고 답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공정위의 직권 현장 조사가 예상되는 시점에 맞춰 주요 전산시스템을 차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롯데마트 주요 팀장급 관계자들에게 발송했다.

해당 시스템들은 내부 영업지시와 실시간 매출과 이익의 집계, 각종 계약서 등이 집적된 핵심 전산 시스템이다. 롯데마트는 이를 공정위 조사 직전 차단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말 에치비엘의 롯데쇼핑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신고를 받고 해당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더팩트 ㅣ 김아름기자 beautiful@tf.co.kr 그래픽= 안지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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