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서 법규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을 사람은 없겠지만,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단통법)’은 경우가 다르다. 생긴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초등학생까지 ‘단통법’에 대해 물을 정도니 말이다. 지난해 10월 1일 시행된 단통법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국내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완전히 바꿔 놨다. 대한민국 국민의 83% 이상이 스마트폰을 쓰는 상황이니, 초등학생이 단통법에 관심을 가진다 한들 이상할 것도 없다.
단통법은 그간 국내 통신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됐던 강제적인 상위 요금제 및 할부 판매, 소비자 차별, 높은 통신비 등 각종 통신 시장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됐다. ‘혹시나’하는 기대를 했건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단통법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사와 정부는 수차례 단통법을 놓고 부딪혔다. 당시 제조사는 ‘과잉규제’라고 주장했으며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안정화”를 외쳤다.
계속된 영업정지와 진흙탕 싸움으로 지칠 대로 지친 이동통신사와 소비자단체는 정부 의견에 찬성했다. 정부가 ‘분리공시제’를 제외하면서 본래 취지에서는 한 걸음 물러난 단통법이 시행됐다.
단통법이 시행된 후 소비자도 이통사도 판매점도 제조업체도 모두 진땀을 뺐다. 정확한 개요와 내용을 알지 못하면서 각종 혼선이 일어났다. 몰래 지급됐던 보조금이 ‘보조금표’에 공시된 모습을 보며 소비자들은 어색해했다.
시행 일주일 만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반토막 나며 시장이 침체됐다. 번호 이동 건수도 대폭 줄었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단통법이 오히려 유통종사자와 소비자의 생존권·소비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소비자들은 단통법 후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고가 요금제나 구형 스마트폰에만 보조금이 실려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제조사와 이통사 CEO를 긴급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게다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애플 ‘아이폰6’가 20만 원에 팔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이었다. ‘아이폰6 대란’이 터지면서 실효성과 취지가 모두 무색해졌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단통법으로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가 줄줄이 인하됐다. 중저가 스마트폰과 중고폰 등이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시장이 열렸으며, 들쑥날쑥한 보조금에 대한 피로도 사라졌다. 보조금 경쟁을 벌이던 이통 3사는 요금·서비스 중심의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렇다면 단통법은 잘 시행된 것일까? 잘못된 것일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오는 10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국감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 것은 ‘단통법’이다.
야당 위원들은 이미 단통법의 실효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은 단통법 시행 이후 10개월 간 번호 이동 고객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며, 단통법이 이동통신 시장의 고착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통법으로 휴대폰 판매가 대폭 감소한 LG전자도 국감장에 직접 나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된다. 이제는 정확하게 문제점과 보완점을 짚을 때다. 단통법 무용론이 더욱 확대되기 전에 보조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기본료 폐지 등 대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