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맹희 명예회장 CJ인재원서 영결식
삼성그룹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인 고(故)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었다.
20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이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친족과 CJ그룹 경영진 등이 참석한 이날 영결식은 고인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동건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큰 형인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고문(전방 명예회장)이 추도문을 낭독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이 명예회장의 차남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아들 이호준 씨와 이재현 회장의 사위 정종환 씨가 영정과 위패를 들고 이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만성신부전증으로 지난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 말초 신경 및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 '샤르콧 마리 투스'의 악화와 고혈압, 저칼륨증, 단백뇨, 빈혈,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치주염, 피부발진 등의 심각한 부작용 증상까지 더해지면서 이날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재현 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시신이 운구된 지난 17일에 진행된 입관식에 참석한 데 이어 전날(19일) 오후 11시 30분께 입관실(시신안치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가 삼 남매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 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한편, 이맹희 명예회장은 지난 2012년 말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폐의 3분의 1을 절제했다. 이듬해 암이 부신(콩팥 위 기관)과 림프절로 전이되면서 중국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14일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영결식 추도사 전문>
유가족분들과 CJ그룹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큰 슬픔과 아쉬움으로 함께 하신 조객 여러분.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경제계의 큰 별이신 이맹희 명예회장님께서 떠나시는 길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3년 전 폐암 수술 이후 잘 극복해 내시리라 믿었는데, 마지막 인사조차 할 기회 없이 이렇게 허망하게 고인을 보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도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생전의 호방하면서도 사람의 향기가 충만했던 고인의 모습이 벌써 그립습니다.
이제 영면의 길에 드신 고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내드리며 그 동안 잘 몰랐던 이맹희 명예회장님의 삶의 내력들을 여러분과 함께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고인은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님의 곁에서 제일제당, 삼성전자, 삼성코닝, 삼성전관 등의 설립에 함께 하시면서 초기 삼성그룹의 성장에 크게 일조하셨습니다. 특히, 현재 CJ그룹의 근간이 된 제일제당의 출발을 이끄시면서 전후 피폐했던 우리 국민의 삶에 작은 보탬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셨습니다.
고인께서는 전량 수입에만 의존했던 설탕의 국내 생산을 위해 직접 설탕기계를 붙잡고 연구하시어 1953년 국내 최초로 설탕의 자체 생산을 이끄셨고 이는 곧 제일제당의 탄탄한 기틀이 되었습니다.
고인께서 1967년 설립한 제일제당의 김포공장은 현재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 바이오 사업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호탕한 성품의 고인께서는 이런 굵직굵직한 일들을 과감하게 추진하면서도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정과 세심함 또한 남다르셨습니다.
이러한 관심과 애정을 구체화하여 보문단지, 석굴암, 천마총 등 지금의 경주를 있게 한 수많은 사업에 이바지하셨습니다. 또한, 1968년 국립현충원 중건에 참여하셨는데, 당신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지금도 현충원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깃들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고인의 열정과 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봐 온 저로서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고인은 세간의 오해와 달리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평생 마음에 담고 살아온 마음 약한 아버지였습니다.
또한,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고독한 삶을 자처하였고, 이런 삶이 불러올 세간의 오해 또한 묵묵히 감내한 큰 그릇의 어른이셨습니다.
고인은 당신에게 닥쳐온 병환의 아픔 보다 아들의 고통에 더 마음 아파하며 못난 아비의 탓이라고 자책하셨습니다.
또한 선대회장님 생전에 화해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산 한 아버지의 아들이었습니다.
여러분 이제 저는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을 대신하여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고자 합니다.
호방한 성품과 과감한 결단력을 겸비하였던 경영인, 가족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가슴 아파했던 아버지이자 아들, 그리고 항상 유쾌하고 격의 없이 친구들을 대했던 다정했던 나의 친구여 그동안의 힘들었던 삶을 내려놓고 평안히 쉬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 충만한 당신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히 지켜줄 것입니다.
친구여, 편히 가시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