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형 신동주 주총 안건 사전에 차단했나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반(反) 롯데 감정 추스리기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는 17일 일본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개최에 앞서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보다 한발 앞선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한 신 회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이 주총 안건에 상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신 회장이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동빈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직후,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오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임시주총 개최 소식과 함께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이 요청한 안건은 일체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매체와 인터뷰에서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현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원들의 교체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원주주회(우리사주)의 주식에 자신의 지분을 더하면 전체 3분의 2에 달한다며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롯데 측이 이번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이 요청한 안건을 일체 포함하지 않을 것으로 밝혀, 재계 일각에서는 한일 롯데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이 이미 신 전 부회장의 안건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지난달 27일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일본롯데홀딩스 이사들을 모두 해임하는 '일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신동빈 회장은 일본 측 주주들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세력을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일 신 회장이 귀국하자마자 한국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일본롯데홀딩스의 수장인 쓰쿠다 사장이 "신동빈 회장과 한몸으로 한·일 롯데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며 신 회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에서 추측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11일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후 "한일 롯데의 지배력을 확실히 한 신 회장이 17일 열릴 주총 안건을 이사회와 사전에 조율했다는 것은 충분히 제기될 만한 의심"이라고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17일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지배 구조 개선' 두 가지 안건이 상정된다. 두 안건 모두 롯데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직 추대는 이번 주총 안건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복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롯데 홍보부는 11일 한국 언론 도쿄 특파원단에 "명예회장 추대 건은 정관 변경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전문가와 변호사로부터 확인했다"는 공지를 전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동생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원을 전원 해임하는 '쿠데타'를 실행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을 앞세운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는 다음 날 긴급회의를 열고 신 총괄회장의 대표이사직을 박탈시키는 바람에 하루 만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일본매체와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들의 해임 건을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히며 롯데가(家) '형제의 난'을 본격화했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