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궁정쿠데타] 신동빈 대국민사과 '목표'만 있고 '대안'은 글쎄

죄송합니다 신동빈 대국민사과, 귀국 때 도돌이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오전 11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타볼룸에서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 문병희 기자

신동빈 대국민사과, '反 롯데 정서' 해소할까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그룹 지배구조와 경영방식 전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3일 귀국길에 오르며 한 차례 사과를 한 바 있는 신 회장은 이후 8일에는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과 롯데월드어드벤처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사태수습을 위한 나름의 행보에 나섰지만, 총수일가의 '밥그릇 싸움'으로 말미암은 세간의 '반롯데 정서'가 사그라지지 않자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신 회장의 사과문에서 논란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이 빠지면서 일각에서는 '알맹이 빠진'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11일 오전 11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타볼룸에서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신 회장의 사과문의 주요 화두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순환출자를 포함한 지바구조 개선'과 나머지 하나는 그룹 지배구조의 중추적 연결고리로 지목된 'L투자회사에 대한 실체'다.

신 회장은 이날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순환출자를 포함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조처 시행을 위해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올해 말까지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투자회사와 관련해 "호텔롯데은 지난 1927년부터 완공할 때까지 10억 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당시 막대한 투자 자금을 한 개 회사가 감당할 수 없어 일본 롯데제과를 포함한 다수 일본 롯데계열 기업의 공동투자가 불가피했다"며 "설립 이후 호텔 롯데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2000년대 투자기업인 일본 롯데제과 등이 사업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할 했고, 이때 분할된 투자부문에서 남은 법인들이 지금의 L투자회사"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날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순환출자를 포함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조처 시행을 위해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올해 말까지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로 불거진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을 의식한 듯 "롯데호텔을 포함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일본롯데에 대한 배당금이 1.1%에 불과한 만큼 롯데호텔은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 창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핵심 내용이 지난 귀국길에서 첫 대국민 사과에 나선 신 회장의 발언과 크게 다른 내용이다. 그러나 신 회장의 '쇄신 발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실천 플랜이 빠진 청사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계열사와 얽히고설켜 있는 지배구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식의 설명만으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그룹 경영구조에 대한 일각의 문제 제기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사과문 발표는 무엇보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롯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사그라지게 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로 보인다"며 "신 회장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일본 롯데계열사에 대한 언급 역시 공정위 등 정부기관과 정치권에서 타킷으로 삼은 지배구조에 대판 대대적인 '손보기'를 의식한 데 따른 아젠다로 풀이되지만, '가족 분쟁'에 대한 해법과 일본 롯데계열 지분공개에 대한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이날 사과문 발표에 이어 진행된 취재진의 질의응답에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러나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형식적인 답변을 내놨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중추로 꼽히는 일본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의 지배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식은 3분의 1 정도가 광윤사, 3분의 1은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임원들이 확보하고 있다"며 이미 언론 등에 공개된 계열사별 지분 현황 등을 단순 나열한 데 그쳤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귀국 당시에도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 남윤호 기자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도 신 회장의 사과문 발표와 관련해 "부정적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며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신 회장의 대국민사과 이후 성명을 내고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은 언론에도 보도 되었듯이 호텔롯데와 계열사들의 일본계 지분 때문만이 아니다"라며 "롯데그룹이 진정한 한국기업임을 주장하려면, 외국인 투자기업 분류로 인한 세금 면제 의혹 등을 밝히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호텔롯데의 지분 가운데 L투자회사가 일본계 롯데의 투자부문이라는 추상적인 해명이 아닌,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의 실체, 즉 광윤사를 포함한 정확한 주주들의 실체와 소유 및 지배구조 현황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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