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간 '권력 다툼'으로 촉발된 롯데가 '집안싸움'이 확산하면서 재벌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자릿수의 지분율에도 못 미치는 소수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매출규모 83조 원, 재계 서열 5위에 달하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연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신 씨 일가의 '황제경영'에 대한 비판은 '롯데' 브랜드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롯데 총수 일가의 오너 리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임직원 간 연봉 구조 역시 신 회장을 비롯한 그룹 '임원급'과 일반 직원들 사이의 불균형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 매출규모 '83조 원' 롯데, 직원 급여 대기업 평균 '절반'
6일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신 회장이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롯데쇼핑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체 직원 수는 2만7880명으로 1인당 평균 급여는 3379만 원이다. 이는 경쟁사인 신세계의 직원 평균 급여 4500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적은 수치다.
그러나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를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롯데쇼핑의 등기이사(5명)의 평균 보수는 신 회장 15억5000만 원을 포함해 16억1900만 원으로 5억5600만 원을 기록한 신세계(3명) 대비 약 3배 이상 더 많다.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의 직원 평균 급여는 6700만 원으로 경쟁사인 LG화학의 7300만 원 대비 600만 원 더 적지만, 신 회장은 같은 해 LG화학 박진수 대표이사(15억8900만 원)보다 3600만 원 더 많은 16억25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신 회장에게 11억7500만 원의 연봉을 지급한 롯데제과는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남녀 합산 평균 4208만 원으로 경쟁사인 해태제과(3821만 원)와 단순비교하면 387만 원 더 많지만,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롯데제과 7억2744만 원, 해태제과 4억1400만 원으로 그 차이가 훨씬 더 크다.
임원과 직원 간 평균 급여 차이에서도 롯데그룹은 국내 상위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다. 재벌닷컴이 최근 자산 상위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2014 회계연도 임원 평균 보수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롯데그룹 직원 평균 급여는 3731만 원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적다. 이는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90대 기업의 직원 평균 급여인 7564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롯데그룹의 임원 평균 보수는 16억1940만 원으로 직원 평균 급여의 48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충성' 의지 드러낸 '신동빈의 사람들' 연봉은?
계열사 대표의 '고액 연봉' 역시 구설에 오른다. 기업 비리에 연루되고, 실적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계열사 대표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성과와 무관한' 연봉 지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지난 4일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현장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신 회장에 대한 지지 견해를 공식화하며 이른바 '충성서약'을 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와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등 37개사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 대부분이 5억 원 이상 연봉을 수령한 CEO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수영 사장은 지난해 6억1900만 원을, 이원준 사장은 5억7900만 원, 김치현 사장 5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채정병 사장 역시 지난해 롯데카드로부터 5억3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정보유출 사태로 곤욕을 치른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해 금감원의 전 업계 카드사 7곳의 민원발생평가 심사에서 유일하게 5등급(불량)을 받으며 2년 연속 '탈 많은' 카드사라는 불명예를 얻으며 경영 실적 역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올 1분기 롯데카드의 영업이익은 422억 원으로, 정보유출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1.4% 떨어졌다. 이 같은 회사의 악화된 경영상태는 직원 급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롯데카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직원 급여는 5100만 원으로 국내 7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일각에서는 채정병 사장의 고액 연봉 수령을 두고 회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횡령과 납품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 역시 고액의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신헌 전 대표는 지난해 17억9600만 원의 퇴직금을 포함해 모두 19억94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