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궁정쿠데타] 신동주의 천적은 신동빈 아닌 쓰쿠다였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서 2인자로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에서 쓰쿠다 사장은 주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기업이념에 바탕을 둔 CSR활동을 실천해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

쓰쿠다 사장 "나 아니면 신동주 부회장 중 한 명만 택하라"

지난 1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직위해제시킨 장본인이 신동빈 롯데그룹 사장이 아니라 그의 '호위무사'로 알려진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홀딩스 사장(72)이라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두 형제의 배후에 있는 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되면서 그의 업무를 물려받았고, 지난달 28일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마저 명예회장으로 물러남에 따라 신동빈 회장과 함께 회사에서 유일하게 대표권을 행사하는 2인자 자리에 올랐다.

쓰쿠다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오른팔이자 일본 롯데의 수장이다. 그는 신 총괄회장이 직접 발탁한 인물로 롯데에 몸을 담게 된 이후부터 신 전 부회장과 사사건건 충돌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업확장에 소극적인 신 전 부회장의 성향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8일 일본롯데홀딩스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해임했다. 당시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전 부회장의 해임 이유에 대해 "그룹 기밀사항"이라며 침묵했다.

그러나 롯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신뢰하는 쓰쿠다 사장과 신 전 부회장 사이에서 경영상의 대립이 격해지자 또다른 대립을 막기 위해 신 총괄회장이 손수 장남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시주주총회를 3일 앞두고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전 부회장이 겸임하던 롯데상사 사장 등 임원직을 해제했다.

이 전격적인 해임을 두고 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불화설을 언급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복수 매체에 "신 전 부회장은 전부터 신동빈 회장과 뜻이 맞지 않았고 그런 일들이 조금씩 쌓이다보니 내분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 신 전 부회장이 대립하고 있었던 것은 신 회장이 아닌 쓰쿠다 사장이라고 주장한다.

일본롯데홀딩스 관계자에 따르면 쓰쿠다 사장은 취임하고 나서부터 여러 가지 사업적인 측면에서 신 전 부회장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직접 신 총괄회장을 찾아가 "나를 자르던지 히로유키상(신 전 부회장의 일본명)을 자르던지 정해달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신 총괄회장은 어쩔 수 없이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그룹 전체의 조화를 지킬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1943년 도쿄에서 태어난 쓰쿠다 사장은 1968년 와세다대학교 상학부를 졸업하고 스미토모은행(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입사한다. 1995년부터 임원으로 재직한 뒤 2001년 로얄호텔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6년전인 2009년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경영수완을 인정받아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직을 물려받았다. 이는 롯데그룹 창사 이래 처음있는 일로 당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쓰쿠다에게 사징직을 넘긴 신 총괄회장은 회장직으로 물러났고, 동주-동빈 형제는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즉,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그의 총애를 받는 쓰쿠다 사장이 두 형제 사이에서 중책을 맡게된 것이다. 쓰쿠다 사장은 올해 1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되자 그의 업무를 모두 물려받았다.

롯데그룹은 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일본과 한국사업을 분담해왔다. 제2세계대전 이후 신 총괄회장이 창업한 롯데는 일본에서는 과자사업이 중심이지만 한국에서는 중화학공업이 핵심으로 재벌 그룹 5위에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매출도 한국이 일본의 20배 가까이 덩치가 크다. 쓰쿠다 사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궤도에 올린 신동빈 회장의 경영수완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월 신동빈 회장의 주재로 베트남에서 열린 '글로벌 식품 전략회의'에서 'One Lotte, One Leader'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과 일본의 롯데는 한 명의 지도자 아래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 롯데를 총괄하는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을 리더로 인정한 것으로 당시 업계에서는 "쓰쿠다 사장이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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