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의 실패한 반란, 롯데 신격호 회장 대표권 박탈로 끝나
차남의 왕위 찬탈인가, 합리적 후계자의 승계인가.
롯데그룹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한일 롯데그룹 대표이자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끌어내리려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세 경영체제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차남 신동빈 회장은 형인 신동주 부회장은 물론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마저 '이사회'라는 제도적 무기를 앞세워 전격적으로 내제치고 롯데의 수장에 올라섰다.
오너 가족간 가족을 상대로 전개한 쿠데타가 차남의 승리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남으로서 롯데그룹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됐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사회를 열고 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대표이사를 전격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의 명예회장으로 남게됐다.
이번 사태는 신 전 부회장이 27일 고령으로 말과 거동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94)을 전세기에 태워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이번 일본행은 신 전 부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을 비롯해 한국 롯데그룹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부회장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친족 5명도 동행했다.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같은날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밀어나고 주도권을 뺏어오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지만, 직접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이 흐릿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들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이사진은 이같은 신 총괄회장의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다음 날인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해임함과 동시에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직을 박탈했다.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신 총괄회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일본 롯데의 대표권은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두 명으로 좁혀졌으며, 신 총괄회장은 다음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승인을 거쳐 명예회장에 선임된다. 신 총괄회장의 한국 롯데그룹 총괄회장 직함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1948년 롯데를 설립한 신 총괄회장이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지난 15일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격호 총괄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명예회장 추대>
금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의결사항에 대한 그룹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님을 명예 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본 사안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결사항이며, 한국의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하여 향후 양사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