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5개월간 장기 레이스…"주사위는 던져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 한 해 그 어느 때 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지난 2월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 이후 범현대가와 깜짝 동맹을 맺고 '면세점 전쟁'에 출사표를 던진 이부진 사장은 국내는 물론 중국 등 국외를 오가며 면세점 유치를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고, 마지막 관문인 면세점 후보 기업 면접 프레젠테이션 현장을 직접 찾아 HDC신라면세점 수뇌부를 격려하는 등 특유의 리더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0일 오후 5시 발표만을 앞둔 유통업계 최대 이슈인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이부진 사장이 승기를 잡을 경우 업계 내 영향력을 막대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이날 발표 결과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께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세관에서 서울지역 3곳(일반경쟁 2곳, 중소·중견 1곳), 제주지역 1곳(중소·중견) 등 신규 면세점에 대한 특허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HDC신라면세점은 서울지역 일반경쟁 부문에서 신세계디에프와 현대디에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 롯데면세점 등 6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호텔신라를 비롯해 유통업계의 '큰 손'들이 일제히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이번 결과가 국내 관광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커'들의 수요를 확보, 면세점 시장 선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이 면세점 유치를 위해 국내외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간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이번 면세점 유치전의 마지막 절차인 면세점 후보 기업 PT에서도 기업 오너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날 오후 영종도에서 열린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 기업 PT 장소를 찾은 이부진 사장은 PT 진행에 앞서 HDC신라면세점 공동 대표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 차정호 부사장(호텔신라 면세사업본부장) 등을 만나 "잘 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라며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부진 사장이 국내에서 보여 준 유치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열고 지자체와 용산전자상가연합회, 코레일과 함께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케이-디스커버리(K-Discovery) 협력단'을 발족한다고 밝히며 HDC신라면세점을 국내 관광산업 발전의 교두보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외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달 말 HDC신라면세점 최고 경영진들과 베이징 출장길에 올라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S와 CVTS 최고 경영진은 물론 중국 국가여유국과 외교부 관계자들과 잇달아 면담을 갖고 중국 관광객 유치 활동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면세점 사업권 확보로 이어질 경우 그의 업계 내 영향력은 물론 유통 업계의 지형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승진한 이부진 사장은 줄곧 면세점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며 김포국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마카오국제공항 면세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 호텔신라를 글로벌 명문 서비스 유통기업으로 성장시켜 왔다.
면세점뿐만 아니라 호텔 운영에서도 지난해 2조908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7%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면세점 유치전에서 이부진 사장이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업계 내 그의 존재감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까지 부각될 것"이라며 "올해 초 미국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에 선정됐을 때 역시 면세점 사업 운영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국내 유통업계 최대 이슈인 서울지역 면세점 유치전은 이부진 사장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