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 결과가 나온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은 모두 21곳(대기업 7곳, 중소기업14곳), 사업권 티켓은 단 3장(대기업 2장, 중소·중견기업 1장)이다. 면세점 전쟁에 각 기업들이 내놓은 비장의 카드가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권을 두고 국내 거대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유통공룡이라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는 물론이고 대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현대도 물론이고 한화와 이랜드, SK까지 이 싸움에 가세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여겨 볼 곳은 롯데와 HDC신라면세점이다. 각각 국내 면세점 지분(지난해 기준)의 47%와 31%를 갖고 있는 롯데와 호텔신라, 두 기업은 '독과점 지적'에도 사업권 획득을 위해 5개월간 가쁜 행보를 보였다. 롯데는 '독과점' 논란을 피하고 12월 예정된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사업자 재승인을 의식해 몸을 낮췄다. 그러나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예상치 못한 교류로 HDC신라면세점이란 합작법인을 세우며 참전했다.
10조원대의 면세점 사업이란 '황금 티켓'을 둘러 싼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뛰어든 면세점 입찰 전쟁에서 신동빈의 '롯데'와 이부진·정몽규의 HDC신라면세점은 이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 '명동' 외국인 방문 1위 VS '용산' 규모의 경쟁력 가능
서울시는 심사평가 기준에 '관광버스 주차장 확보' 포함을 관세청에 요구했다. 입지와 주변 환경 요소가 판도를 뒤바꿀 중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HDC신라면세점은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면세 사업지로 용산을 . 동대문과 명동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 사업지를 정한 SK네트웍스나 신세계와 확연히 다른 행보다.
용산 선정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산업개발이 가진 용산 아이파크몰의 사업지 덕분이다.
애초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 운영의 꿈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경험이 없던 탓에 진출이 쉽지 않았다. 이때 면세점 운영 경험은 있으나 새로운 면세점 사업 진출이 힘든 호텔신라가 등장했다. 호텔신라는 이미 시장 점유율 30% 이상 갖고 있기에 단독으로 면세 입찰 전쟁에 뛰어든다 해도 승산이 없다.
그러나 이 두 기업의 합작으로 HDC신라면세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계획할 수 있게 됐다.
HDC신라면세점의 발표에 따르면 사업지인 용산 아이파크몰의 전체 면적은 6만5000㎡(약 2만 평)으로 면세점 면적은 2만7400㎡(8300평) 규모다. 또 대형버스 400여 대 주차 공간으로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철도 교통망 중심에 있다보니 서울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확산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5월 코레일 및 각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편 롯데는 SK네트웍스·한국패션협회·중원면세점·그랜드관광호텔 등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동대문을 사업지로 선정했다.
동대문 피트인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4·5호선과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또 인근에 디자인 플라자·동대문시장·인사동·종묘·동대문 등 관광지를 두고 있기에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10여년간 침체돼 있는 동대문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다.
서울시의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쇼핑장소는 명동(1위·41.4%)으로 동대문은 4위(24.9%)에 그쳤다.
그러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고질적인 교통난이다. 특히 동대문과 명동 일대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을 실은 대형버스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교통과 주차 문제 등 동대문 주변 환경을 개선할 방안이 절실하다.
◆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VS '지자체+기업의 네트워크 형성'
심사 기준 가운데 사회 공헌도와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 협력 노력도 중요 변수로 떠오른다. 더욱이 한때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던 시장에 대기업이 가세하며 '대기업 횡포'라는 부정적 의견이 따른 터라 공생 여부도 중요하다. 또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 취지를 전 지역의 관광 산업 발전에 따른 '경제 살리기'에 둔 만큼 지나칠 수 없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를 위해 사업지인 용산역을 적절히 이용했다.
코레일과 손잡고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철도 교통망 중심인 용산에 면세점을 유치해 서울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확산을 꾀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5월 코레일 및 강원도와 전라도 등 각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아울러 지역 상생에도 신경 써 침체된 용산지역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와 같이 IT와 전자 관광지로 부활시키는데 일조할 계획이며 중소·중견기업 전용관을 마련해 지속 가능한 상생전략에도 힘을 다할 예정이다.
이러한 뜻을 나타내듯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2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면서 민관 네트워크인 'K-Discovery(케이 디스커버러리)협력단'발족을 공표했다.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상생을 목표로 동대문 피트인에 중원면세점과 함께 '복합면세타운'운영 계획을 나타냈다.
'복합면세타운'은 모두 11개층(지상과 지하 포함), 1만2149㎡(약 3675평)의 면적이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복합면세타운을 운영은 중소·중견기업에게 35년간 쌓아온 롯데의 면세점 영업 노하우를 직접 알려줄 수 있으며, 롯데면세점의 브랜드 로열티도 공유할 수 있다.
또 롯데면세점은 패션·시계·액세서리, 중원면세점은 술·담배·잡화 등으로 품목을 나눠 사업자별 상품 판매로 상생을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 롯데와 호텔신라, 현대까지…모두가 인정한 안정적 재무구조
평가 항목 5개 가운데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것은 재무건전성 및 경영 능력이다. 관세청은 해당 항목에 300점의 비중을 두면서 중요도를 보였다. 심사에 참가한 업체들은 이미 오랜 영업력과 운영 시스템으로 그 안정성이나 재무성은 입증됐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각 기업의 재무 상황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절반 수준의 지분을 가진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현대아이파크몰 포함)의 재무 상태는 안정적이며 비슷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비율의 경우 지난해 호텔신라는 40.90%, 현대사업개발은 46.70%을 기록했다. 2013년엔 39.80%(호텔신라), 42.40%(현대산업개발)이다. 자기자본은 직접적인 금융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채 기업이 장기적 운용이 가능한 자본을 나타낸다. 두 기업은 표준비율 50% 미만으로 자본이 안정돼 있다.
회사의 지급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동비율 역시 호텔신라는 196.90%, 현대산업개발은 171.40%로 이상적인 수치인 200% 가까이에 접근해 안정적이다.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에서도 호텔신라는 6.7배, 현대산업개발 3배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영업이익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타인자본의존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경영지표인 부채비율에서도 호텔신라는 144.50%, 현대산업개발은 114.30%로 안정적이다. 선진국 기준으론 200% 이하 업체를 우량 기업으로 본다.
아울러 평가 배점 250점으로 점수론 두 번째 중요도에 있는 '보세구역관리역량' 역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AEO(세계 관세기구 수출입 안전 관리 우수 기업 인증)을 신라면세점만 갖고 있기에 타 기업과 비교해 더 큰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호텔롯데는 어떨까.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구체적인 신규 투자금액을 밝히진 않았으나 재무 건전상은 경쟁사와 비교해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호텔롯데의 자기자본비율은 66.60%였으며 유동비율은 95.37%, 부채비율은 50.15%이다.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현대백화점(50.0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일정 기한 내에 원금 상환과 이자를 지불한다는 계약 하에 조달된 자금) 규모가 2조8355억 원에 달하고 있어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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