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한국과 질긴 악연 언제 끊나?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벌이는 5조 원대 투자자 국가소송(ISD)이 2차 심리에 들어갔다. 2차 심리에서는 한국 정부의 과세가 적정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법률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심리를 시작했다. 열흘간 진행되는 2차 심리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절차에 주안점을 뒀던 1차 심리와 달리 론스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세가 적정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심리는 구술변론과 증인신문을 중심으로 오는 7월 9일까지 이뤄진다. 하지만 다뤄야 하는 쟁점이 방대한 만큼, 양측은 추가 심리를 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한국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46억7900만 달러(약 5조10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한 데서 비롯됐다.
론스타는 벨기에 자회사들을 앞세워 국내에서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 극동건설, SKC사옥 등 자산을 사들인 뒤, 이를 차례로 매각해 4조60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지만, 한국과 벨기에 간 투자자보장협정(BIT)을 근거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한-벨기에 간 BIT는 양국 기업이 상호 국가에 투자해 이익을 낸 경우 본국 또는 협정대상국 한 곳에만 세금을 내면 된다는 조세협정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자회사들이 실체가 없는 만큼 투자협정으로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가열되자 국세청은 론스타에 세금을 부과해 8500억 원을 징수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 측은 2차 심리에서 ‘세금으로 낸 8500억원과 그 동안의 이자분 등을 포함해 모두 1조7000억 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다투기 위해선 관할권 문제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론스타는 측은 “벨기에 자회사들은 다수의 현지 직원들을 두고 벨기에 정부에 세금까지 내는 ‘실체가 있는 회사’이며, 설령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라고 할지라도 한국-벨기에 BIT에 페이퍼컴퍼니 예외조항이 없는 만큼 이 조약의 적용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론스타가 실체가 없는 회사이므로 투자협정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론스타 벨기에 법인의 실질적 의사결정과 이익 취득 주체는 모회사인 론스타펀드4로 판단한 만큼 펀드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과 론스타 간 ISD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가 청구한 배상액 약 5조1000억 원의 산출 근거를 밝히라”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