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26일 국내 정식 출시
시계의 고장 ‘스위스’가 최근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4월~5월 사이 시계 수출이 9%가량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위스가 수출한 손목시계는 3000만 여대,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금액 기준)은 54%에 달한다. 한 달 새 매출이 9%나 줄었으니 울상을 지을 만도 하다. 지난 100년간 이어진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 일도 없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대규모 경제 위기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9%를 가로채 간 회사는 어디일까?
원인이야 한둘이 아니겠지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애플’이다. 지난 4월 애플은 미국 등 9개 국가에서 ‘애플워치’를 출시했다. 애플의 첫 번째 웨어러블 기기다. ‘혁신이네 아니네’ 의견은 분분했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애플다운 제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는 올해 스마트워치 시장의 60% 이상을 애플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애플워치가 몇 년간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 승부를 가려온 제품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애플은 다양한 재질과 밴드, 두 가지 화면 크기, 디지털 크라운 용두 등으로 ‘시계’ 본연의 가치를 살리려 노력했다. 팀쿡 애플 CEO 역시 처음 애플워치를 소개하며 “스마트 워치이지만 우선은 시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애플워치를 사용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피트니스 기능과 애플페이, 심박센서 측정, 아이폰과 연동된 시리 등은 애플 워치가 ‘지극히 개인적인’ 제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은 “사용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기능과 용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틀 뒤면 애플워치가 국내 시장에 상륙한다. 애플 리셀러와 소비자들은 벌써 축제 분위기다. 리셀러들은 평소보다 3~4시간 빠른 오전 7시에 가게를 연다. 애플 제품이 출시될 때면 으레 그렇듯 명동에 또 긴 줄이 늘어설 것이다. 2000만 원을 호가하는 애플워치 에디션도 공개된다고 하니 ‘뭐 별거 있겠어’라던 사람들도 한 번쯤은 발길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첨단 유행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서 삼성, LG, 애플이 펼칠 대결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아이폰6·6플러스 출시로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3%까지 치솟은 만큼 애플워치가 삼성과 LG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현재 애플 워치의 경쟁상대는 ‘삼성 기어S’와 ‘LG 워치 어베인LTE’다.
아이폰과 연동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애플 워치와 달리 삼성과 LG 제품 모두 자체 통신기능을 갖추고 있다. LG 워치 어베인LTE의 경우 세계 최초 LTE 통신모듈과 아날로그시계 디자인이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원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애플의 공격도 매섭다. 출시 전부터 애플워치가 지원하는 30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카카오톡부터 시작해 페이스북, 트위터, 에버노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TV 광고도 시작했다.
애플워치가 스위스를 울상 짓게 했다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애플의 가치인 ‘씽크디프런트(다르게 생각하라)’가 애플 워치에서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국내 출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