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후 미국행…'책임 경영' 리더십 자신감

대국민 사과 이재용, 아버지 빈자리 확실히 채워 24일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전날(23일) 긴급 기자회견 직후 뉴저지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법인을 둘러보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 더팩트 DB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직후 미국 출장길 올라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2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23일) 긴급 기자회견 직후 삼성전자 북미법인을 둘러보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날 삼성 수요사장단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이) 어제 오후 늦게 민항기 편으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며 "뉴저지 쪽에 있는 북미법인을 둘러보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 이후 국내외에서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라는 전례 없는 행보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가 사실상 그룹 경영 '지휘봉'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23일 오전 11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진행을 맡은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이 부회장을 소개하면서 그의 이름 뒤에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닌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붙였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그룹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 등 사회공헌 사업 추진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공익재단으로 재단 이사장직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이 회장의 후임으로 신임 이사장에 선임됐다. 그간 그룹 회장만이 명맥을 유지해 온 '지위'와 '상징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부재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주요행사에 얼굴을 보이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이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대국민 사과는 그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행보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역할을 위임받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육성으로 견해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8년 4월 22일 특검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7년여 만에 그룹 오너 일가가 최초로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그는 사과문에서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버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이재용 부회장은 이 회장에 대해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얼굴로서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대국민 사과 역시 삼성 전체를 대표한다는 책임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