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1주일, 증권시장의 반응은?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1주일 한국거래소가 지난 15일부터 가격제한폭을 확대 시행했다./ 더팩트DB

가격제한폭, ±15%에서 ±30%로 확대

증권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시행된 가격제한폭 확대가 지난 1주일 동안 증권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15일부터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가격제한폭이 기존 ±15%p에서 ±30%p로 확대 시행했다. 상하한가 범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개선, 기업가치의 신속한 주가반영 등이 가격제한폭 확대의 취지다.

하지만 지난 1주일 동안 가격제한폭 확대의 영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불확실성에 따른 거래 축소’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시장에 큰 변동은 없었지만 변동성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돼 관망심리가 커지면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물량이 적은 일부 우선주를 중심으로 급등세가 이어지자, 거래소가 시장 감시에 나서면서 증권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가격제한폭은 확대 시행됐지만, 일거래대금과 거래량은 제도 시행 이전보다 확연히 줄었다.

◆ 가격제한폭 확대에도 거래량은 확 줄어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거래활성화를 목표로 가격제한폭 확대가 실시됐지만 거래는 오히려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이후 증시 유동성의 한 축이었던 신용융자잔고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단기적으로는 가격제한폭에 따른 거래활성화 효과보다는 중소형주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두려움에 거래 위축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당초 당국은 가격제한폭 확대를 추진하면서 일평균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998년 12월 가격제한폭을 ±12%에서 ±15%로 확대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시행 전후 일평균 거래량이 1억70만5000주에서 2억3981만3000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코스닥 시장은 3억6335만6000주에서 5억7428만2000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이후 주식시장의 하루 거래대금 규모는 시행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제도 시행 직전 거래일인 12일 거래대금은 6조1552억 원에서 제도 시행 첫날 4조9689억 원으로 1조 원이상 감소했다. 15일 코스닥 일거래대금도 3조3606억 원을 기록해, 지난 5월11일 2조9927억 원을 기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도 시행 초반인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7일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난항, 미국영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 대외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고 밝혀 시장을 다독였다.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이후 일부 우선주들이 뚜렷한 상승요인 없이 급등세를 보였다.

◆ 거래소, 일부 우선주에 투기세력 ‘예의주시’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1주일 동안 중소형주보다는 일부 우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도 시행 이후 우선주들은 대체로 오를 만한 명확한 사유가 없어도 강세를 보이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실제로 태양금속우의 경우 지난 15일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3일간 상승률은 무려 118%다. 이 종목은 특별한 호재도 없이 매일 급등해 사흘 만에 두 배 이상 주가가 뛰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증권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이후 투자자 관심이 당장 우선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 우선권을 갖는다. 유통되는 주식 수나 거래량이 보통주에 비해 적기 때문에 단기간에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후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 위주로 상승폭이 커진 이유는 배당 혜택을 노린 투자자가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선주 강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가격제한폭 확대는 기업의 가치 변화가 주가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주가가 특정 재료를 즉각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효율적인 가격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만, 반면 거래량이 적은 우선주를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가격제한폭 시행 이전부터 시작됐었다.

전문가들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대형주 등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특정 종목들의 변동성을 급격하게 키운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일부 투기세력 개입의혹도 불거지면서 한국거래소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 거래소는 일부 투기적인 개인투자자들이 우선주 거래에 나서고 있다고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투기 세력을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한가의 반대인 하한가의 불명예를 안은 기업도 나왔다. 보광그룹 계열사인 휘닉스소재, 코아로직, STS반도체 등 3개 코스닥 상장사는 17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이는 첫 하한가 기록이다. 이들 종목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설에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투자자들은 눈앞에 수익에 집착한 지나친 단타매매를 지양하고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투자자 유의 사항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또는 기관과 달리 정보 취득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들이 투자전략을 수립하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일 주가변동폭 확대가 효율적인 가격 형성은 물론 장기적인 시장 건전화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겠으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시장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둔감한 개인투자자의 경우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눈앞에 수익에 집착한 지나친 단타매매를 지양하고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에 비해 일일 가격 변동폭이 확대되는 만큼 공매도는 물론 신용거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단타매매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하되, 확인된 뉴스나 공시를 통한 객관적인 데이터에 따라 투자에 나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투자자들이 투자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라면서도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이 본래의 취지와 맞는 긍정적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의 적절한 구실과 투자자들의 철저한 투자 전략이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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