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단통법에 메르스…이중고 앓는 휴대전화 대리점

메르스 사태 18일 서울 시내 지하상가에 위치한 휴대전화 대리점에 각종 홍보문구가 붙어 있다. 대리점 옆으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나간다./ 황원영 기자

“오늘 두 번째 손님이네요.”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지하상가. 한쪽 거리에 휴대전화 대리점들이 모여 있다. 유동인구는 많지만 휴대전화 대리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대리점에 발을 들이자 반색을 하며 반긴다. “찾는 제품 있으신가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면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후 부진을 겪고 있는 휴대전화 대리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일부 대리점은 ‘휴업’ ‘운영하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를 써놓고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 김 모(29)씨는 “메르스, 메르스해도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태가 확대되니 얘기가 다르다”며 “고객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뿐 아니라 주변 상가도 손님이 많이 줄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겠거니’하고 위안을 삼는다”고 덧붙였다.

메르스는 휴대전화 대리점에 찾아온 두 번째 악재다. 첫 번째 악재는 단통법이다. 유통점이나 유통형태에 상관없이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면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중소형 판매점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국 핵심 상권 53곳에 있던 중소형 판매점은 2219개에서 단통법 이후 2014개로 9.2% 감소했다.

휴대전화 대리점들은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메르스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18일 서울 시내 대리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고객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시내 유명 전자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휴대전화 대리점은 손소독제를 마련해놓고 ‘메르스 안심’이라는 문구를 써 붙여놓기도 했지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 때문인지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간혹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너도나도 “잠깐 보고 가라”고 치열한 호객행위를 펼쳤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오늘 매장을 찾은 두 번째 손님”이라며 “날씨 탓인지 메르스 탓인지 모르겠지만 손님이 유난히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발길을 돌리려고 하니 “알아보고 꼭 다시 찾아달라”며 명함을 내밀었다.

또 다른 대리점 직원 박모(36)씨는 “통신사의 대책은 일부 직영점을 제외하고 휴대전화 중소 판매점까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일반 자영업자인 만큼 해결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데 메르스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주변에서 같이 장사하던 사람들 일부는 접고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 지켜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지난달 휴대전화 판매점을 대상으로 상권 내 경영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20.5%,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58.9% 등 판매점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찾은 휴대전화 대리점들은 모두 “메르스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후 이미 줄어들 만큼 줄어 크게 영향도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대리점주는 “메르스가 한동안 타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통사와 중소 판매점이 함께 상생할 방법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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