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수 전 부사장 부인 박혜연 씨, 녹십자홀딩스 주식 추가 매입
연 매출 1조 원를 바라보는 제약사 녹십자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창업주 일가 간의 지분 매입과 매도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모자(母子)의 난'을 겪으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허성수 전 부사장 측이 소규모이지만 꾸준히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늘리자 녹십자그룹 안팎에서는 고 허영섭 회장 일가와 허일섭 회장 일가의 물밑 경영권 싸움이 다시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허성수 전 부사장은 녹십자의 실질 창업자라고 할수 있는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이나 현재 경영에서 배제된 상태이며 녹십자는 허 전 부사장의 숙부인 허일섭 회장이 이끌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허성수 전 부사장의 부인 박혜연 씨는 지난달 22일과 6월 2일, 녹십자홀딩스 주식 200주와 1200주를 각각 사들였다.
반면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허일섭 회장의 큰형)의 부인 김인숙 씨는 지난달 25일부터 6월 5일까지 8차례에 걸쳐 모두 7만 주를 팔았다.
김인숙 씨의 지분 매각을 두고 업계에서는 일단 단순한 현금 마련 차원으로 해석을 한다. 김 씨는 지난 4월 16일~29일에도 4만 7108주를 10차례에 걸쳐 매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인숙 씨와 허성수 전 부사장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하나, 김 씨의 보유주식 매각을 허 전 부사장과 연결짓는 것은 시장의 단순한 추측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허일섭 녹십자 회장과 대립관계에 있는 허성수 전 부사장 일가가 주식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녹십자들 둘러싼 경영권 싸움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 전 부사장은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9년 허 회장이 별세 후 상속을 받지 못해 어머니 정인애 씨를 상대로 법정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고 허 회장은 자신 소유의 녹십자홀딩스 주식 56만여 주 중 30만여 주와 녹십자 주식 20만여 주를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과 차남 은철, 삼남 용준 씨 등 동생 2명에게만 증여한다고 유언을 남겼다.
이에 허 전 부사장은 “유언장은 아버지 타계 1년 전에 작성됐다. 아버지는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여서 자발적으로 말하지 못했고 단기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져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머니의 주도로 만들어진 유언장은 아버지 뜻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후 2012년 12월 대법원 판결에서 패배한 허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4일부터 3월 21일까지 녹십자홀딩스 40만4730주(0.86%) 전량을 매도, 녹십자홀딩스 주요 주주 목록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별도로 제기했던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지난해 8월 녹십자홀딩스 지분 0.94%(46만3551주)를 다시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5부터 31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3675주를 장내 매수하는 등 지분율을 1.02%까지 끌어 올렸다.
따라서 고 허영섭 회장일가인 허성수 전 부사장(0.97%), 허은철 녹십자 대표(2.36%), 허용준 부사장(2.44%) 박혜연 씨(0.01%)등의 의 지분은 5.78%다.
아울러 허일섭 회장(11.4%) 일가의 경우 부인 최영아 씨(0.33%)를 비롯해 장남 허진성 부장(0.41%) 딸 진영 씨(0.27%), 차남 진훈 씨(0.36%) 등의 지분율은 모두 12.77%로 고 허영섭 회장 일가보다 2배 이상 앞서 있다.
녹십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허은철·허진성 씨와 관련된 후계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최근 창업주 일가 사이의 잇단 지분 이동은 경영권 분쟁과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 짓기도 힘들다”며 “허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노린다면 현금 동원력이 중요하다. 또한 은철·용준 동생들의 힘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bd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