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근 사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잘못됐다"
“일성신약 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간의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물산의 지분 2.05% 보유하고 있는 일성신약의 윤석근 사장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9일 윤석근 일성신약 사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두고 엘리엇이 문제를 삼고 있는 내용에 동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양사의 자산규모 차이가 있는데 1대 0.35로 정한 합병 비율은 잘못됐다”며 “절차도 그렇다. 주주들의 의견수렴도 없이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발표했다. 이는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삼성물산 및 일성신약 소액 주주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성신약 주주)의견수렴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7월 17일 개최하는 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어떤 의견을 행사할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다만 원칙은 일성신약에 투자한 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석근 사장은 창업주인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의 차남이다. 윤 회장은 KDB대우증권 전신인 동양증권을 세운 ‘증권 1세대’다. 그는 1970~1973년 동양증권 회장으로 재직했고 한 때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의 지분을 16.5%나 보유한 바 있다. 특히 제약업계서는 ‘투자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일성신약은 지난 2004년 1월 삼성물산의 주식을 최초로 매입했다. 이 외에 제일모직(1414주), 매일방송(4만 주), CSTV(62만 주) 등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 왜?
앞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로 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물산 평균 주가와 제일모직 공정가액으로 두 회사의 가치를 따지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1.3주를 줘야 한다.
2014년 하반기 삼성물산의 평균 주가는 7만1800원선이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제일모직의 주당 평가액은 5만4300원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 안전사고 등으로 지난 5월 평균 주가가 5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위 기업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15만9000원선까지 치솟았다.
이에 엘리엇은 ‘이번 합병 계획안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까지 끌어올려 삼성그룹 및 삼성물산 경영권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동시에 이날 오후 현금배당뿐만 아니라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지분구조는?
아울러 삼성물산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3.99%다.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 회장(1.41%), 삼성복지재단(0.15%), 삼성문화재단(0.08%), 삼성생명(0.16%),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분 사장(0.02%) 등이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 국민연금은 9.98%를 보유하고 있으며 엘리엇이 7.12%로 3대주주다. 엘리엇을 제외하고도 외국인 지분이 26%를 넘어서고 있어 치열한 지분확보 싸움이 예고돼 있다 .
이처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포함해 제일기획 12.6%, 삼성SDS 17.1%, 제일모직 1.4%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1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합병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1%도 갖게 돼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배력이 강화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윤석근 대표의 의견을 풀이하면 엘리엇과 같은 의견인 것 같다”며 “일성신약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다면 삼성물산과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돼 주가는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다. 수익을 늘려주는 게 주주들에게 가장 좋은 거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bd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