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美 금리 정상화되면 긴축 발작 다시 올 수도"

이주열 총재, 긴출 발작 걱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될 경우 긴축 발작이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팩트DB

미 연준 금리인상 본격화되면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될 경우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란 2013년 5월 미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일부 축소하는 조치를 취하자 통화량 부족으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판단한 국제투자자들의 전 세계 각국에 나가있던 자금이 일시에 미국 쪽으로 몰린 현상이다.

이주열 총재는 8일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글로벌 금리 정상화와 통화정책 과제' 국제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으로부터 국제투자자금이 유출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2013년 5월 '긴축 발작' 현상에서 경험했듯이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의 경우 해외자본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율 및 시장금리 급등이 초래되고 결국 성장과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에서 차지하는 달러화의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면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될 경우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 등의 완화기조 지속이 이같은 자본유출 위험을 다소 줄여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경제주체들의 금리인상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졌을 수 있다"며 "미 연준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가 예상 외로 큰 폭 상승하게 되면 가계나 기업, 금융기관이 채무상환부담 증가, 투자손실 발생 등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고 실물경제를 다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잠재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외부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해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며 "통화·재정정책은 저성장·저물가 현상에 적절히 대응해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시건전성정책을 통해 부채누증 등 금융안정 리스크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며 "대내외 부채 규모가 큰 국가의 경우 경제주체들의 채무상환부담 증가, 자본유출 등으로 금리정상화의 충격을 크게 받아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의 상호연계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급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며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정책운용에 있어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시장의 과민반응 등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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