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 서울 면세점②] 면세점 명당은?호텔신라-현대산업·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한화 등의 대기업이 시내면세점 사업권 유치에 뛰어들면서 사업권을 차지할 승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면세점 부지인 용산아이파크몰, 신세계의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한화갤러리아의 63빌딩, SK네트웍스의 동대문 케레스타, 롯데그룹의 동대문 피트인 /더팩트DB

관세청이 15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내놓으면서 유통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입찰 대상은 대기업 2곳과 중소기업 1곳이다. 특히 이번 신규 면세점 사업권은 정체기에 들어선 유통업계를 구해낼 구원투수가 된 실정이다. 때문에 면세점 부지 선정에 대한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팩트>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의 면세점 부지를 파헤쳐 본다. <편집자 주>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유통 공룡들이 시내면세점 사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면세점 1위 롯데를 비롯해 2위 호텔신라, 신세계, 한화 등의 대기업부터 유진그룹, 하나투어 등 탄탄한 중소기업까지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면세점 부지 선정에 따라 사업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각 기업들은 면세점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현재 각 기업들은 관광객의 유입이 가장 높은 강남, 동대문, 명동 등에 면세점 부지를 선정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여의도, 양재동 등 상대적으로 경쟁 사업자가 적은 곳에서 틈새 시장을 노리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기업들 등 각자 '눈치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번 시내면세점 경쟁에는 사촌 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당숙 지간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5촌 조카인 정지선 현대백화그룹 회장이 맞붙는 만큼 가족 간 경쟁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팩트>는 면세점 사업권 유치에 뛰어든 기업들의 면세점 부지, 유력 후보지 등을 찾아가 교통, 인근 상권 등의 활용성 등에 대해 취재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현대의 용산 아이파크몰을 리모델링해 면세점을 열 계획이다.

◆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침체기 빠진 용산 구원투수될까

삼성가(家)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고 용산 '아이파크몰'을 신규 면세점 부지로 내놨다. 따라서 자신의 외사촌 동생인 범삼성家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아이파크몰은 지하1층~지상 9층, 연면적 28만㎡(8만4700평), 영업면적 1만2000㎡(4000평) 규모 복합건물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몰 4개층을 리모델링해 이곳에 국내 최대 면세점을 연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파크몰이 위치한 용산역은 최근 광주까지 개통된 호남선KTX와 지하철 1호선, 4호선, ITX청춘, 경의중앙선 등이 지나 교통접근성이 좋다. 강변도로,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돼 있고 공항과도 가깝다. 경의선을 타고 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서 내려 공항철도로 갈아타면 인천국제공항까지 약 18분이 소요된다.

아이파크몰은 영화관(CGV IMAX), 이마트, 토이&하비(어린이들 위한 캐릭터 제품 및 완구-가족 복합문화공간), e스포츠스타디움 경기장, 대형서점, 디지털 전문점 등을 갖추고 있어 쇼핑 외에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아이파크몰이 위치한 용산역은 최근 광주까지 개통된 호남선KTX와 지하철 1호선, 4호선, ITX청춘, 경의중앙선 등이 지나 교통접근성이 좋다. 용산역사와 연결돼 있는 아이파크몰.

용산역 인근에 대형 관광버스를 100대 이상 주차가 가능한 옥외 주차장이 있다는 점도 다른 면세점 부지엔 없는 유리한 포인트다. 2000여개 국내 최대 비즈니스 호텔단지도 곧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복합쇼핑몰 등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동대문이나 명동과 경쟁하려면 더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관광특구인 이태원, 용산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남산 공원, 용산전쟁기념관 등을 낀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침체에 빠진 용산 전자상가를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년 숙원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룹의 심장인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했다. /임영무 기자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그룹 심장 본점 명품관 내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년 숙원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룹 '업'(業)의 모태이자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이 건물의 규모는 1만8180㎡(5500평)로 모두 7개 층(지하 1층~지상 6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본점 명품관은 1930년 국내 최초 백화점인 미쓰코시(三越) 경성점이 있던 곳으로 1955년 동화백화점을 거쳐 1963년 11월 신세계백화점으로 변신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업(業)의 모태이자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중구=변동진 기자

실제 현장을 방문해 내부를 확인한 결과 샤넬 등 해외 명품브랜드들이 매장 5층까지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 요우커가 사랑하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만 입점하면 즉각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VIP 고객의 위한 근대건축의 모습을 재현한 중앙계단, 앤틱 스타일 엘리베이터, 내부자재 사용 등 고풍스런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5층까지 자리를 잡고 있으며 국내 화장품 브랜드만 입점하면 즉각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정도다.

6층에는 '트리니티 가든(조각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과 같은 ‘야외로 확장된 갤러리’라는 컨셉트로 설계됐으며 제프 쿤스,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6층에 위치한 트리니티 가든

또한 바로 옆에는 SC은행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1935년 세워진 근대 건축물로 외국계 은행 소유의 건물이었지만, 신세계가 최근 외국자본으로부터 850억 원을 투자해 되찾았다.

더불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회사 측은 SC은행 건물에 다양한 고객 서비스 시설,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SC은행 건물에 다양한 고객 서비스 시설,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신세계의 가장 큰 강점은 한류 1번지 명동에서부터 남대문시장까지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동은 그야말로 일본, 중국인 관광객의 천국이다. 취재 당일(22일)에도 외국인지 한국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국인이 가득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대부분 일본어 또는 중국어 등이다. 상점 역시 한류의 1등 공신인 국내 아이돌 음악을 틀어놓고 외국인 손님을 반겼다.

명동은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많이 찾는 까닭에 주변은 호텔로 가득하다. 명동성당 바로 앞에 위치한 서울로얄호텔부터 크고 작은 호텔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부터는 농협은행(노무라이회사모부동산투자신탁3호)이 지하 3층, 지상 19층, 연면적 1만4766.66㎡ 규모의 '명동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짓고 있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산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하고 있어 호텔이 부담스러운 관광객들도 고객이 될 수 있다.

농협은행(노무라이회사모부동산투자신탁3호)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지하 3층, 지상 19층, 연면적 1만4766.66㎡ 규모의 명동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새로 짓고 있다.

아울러 본점 명품관 맞은편에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이 또한 서울 시내에서 몇 안 되는 20세기 초 근대 건축물이기 때문에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중구 소공동에 위치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본점과 경쟁해야 한다는 불안요소도 갖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너지를 발휘해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외사촌 누나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시내면세점 입찰을 두고 정면 승부를 펼쳐야하는 상황이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가족이 아닌 경쟁자가 된 만큼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중소·중견기업 등과 합작해 현대DF를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배정한 기자

◆정지선 회장의 선택, 관광 인프라 뛰어난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5촌 조카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중소·중견기업 등과 합작해 '현대DF'를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이부진 사장·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친척 간 면세점 쟁탈전의 불이 붙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2개 층을 확정지었다.

정지선 회장이 선택한 후보지는 관광 인프라가 뛰어난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이곳은 연면적 7만2439.45m2(21,912.84평)에 지하 4층, 지상 10층으로 세워진 건물이다. 그룹 측은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2개 층을 면세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곳은 코엑스 단지와 연결돼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코엑스몰은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로 연면적이 119㎢(3만6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세상이다. 내부에는 쇼핑몰과 세계 각국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 영화관, 아쿠아리움 등 각종 생활시설이 밀집돼 있다.

코엑스몰은 쇼핑몰과 세계 각국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 영화관, 아쿠아리움 등 각종 생활시설이 밀집돼 있는 거대한 지하 세상이다. /삼성=변동진 기자

또한 도심공항터미널과 연결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외에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고속철도(KTX), 위례∼신사선 건설이 예정돼 있다.

즉 수도권을 포함한 광역 교통망의 허브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교통망과 함께 관광 인프라도 뛰어나다. 인근에 파크하야트호텔을 비롯, 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의 특급호텔이 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 옆 바로 옆에 파르나스호텔이 지난 2013년 5월부터 신축되고 있다. 완공 예정일 내년 7월 31일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인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코엑스아티움을 5년간 임대해서 마련한 한류 전용 공연장 SM타운이 있다.

특히 국내 최초 한류 문화 콘텐츠 전문공간인 SM타운 등이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SM타운이란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정상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코엑스아티움을 5년간 임대해서 마련한 한류 전용 공연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SM타운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만 연간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카지노 ‘세븐럭키’ 역시 외국인들의 발길을 잡기 충분하다. 하지만 같은 건물에 롯데면세점이 있다. 따라서 카지노 손님들을 현대백화점으로 유인할 수 있는 달콤한 당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키가 있다.

한편 이번 현대DF합작법인에 주주사로 참여하는 기업은 연간 15만 명 규모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모두투어네트워크'를 비롯, 국내 최다인 17개 호텔을 보유·운영하고 있는 앰배서더호텔그룹인 서한사, 인천지역 공항·항만·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엔타스듀티프리, 개성공단과 크루즈선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현대아산, 패션·잡화업체 에스제이듀코(듀퐁 브랜드 운영)와 제이앤지코리아(JEEP 브랜드 운영) 등이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현대백화점이 50%,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출자한 한무쇼핑이 20%, 모두투어네트워크가 17%를 각각 보유하게 되고, 나머지 지분 13%는 엔타스듀티프리, 서한사, 현대아산, 제이엔지코리아, 에스제이듀코가 나눠 갖게 된다.

롯데는 동대문 피트인을 면세점 부지로 결정했다. 외부로 나가지 않고 지하철에서 내려 바로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탄탄한 관광 인프라 갖춘 동대문 선택한 롯데

면세점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는 동대문 '피트인'을 면세점 부지로 낙점했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피트인은 지하 3층~지상 8층, 총면적 1만9286㎡ 규모, 약 19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피트인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1번과 12번 출구 방향으로 지하 연결 통로가 있으며 11번 12번 출구 바로 앞이 피트인 정문인 만큼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편리한 위치에 있다. 외부로 나가지 않고 바로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신호등 바로 건너편에는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5분 거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신호등 바로 건너편에는 복합쇼핑몰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어 방문객들이 편리하게 관광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롯데 피트인은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 면세점 사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피트인은 건물 외관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피트인의 건물 외벽에는 중국어가 붙어 있었으며 개장하기 전인 9시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리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또 피트인은 중국 관광객을 잡기 위해 매월 첫째주를 '차이나 위크'로 정하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인지도 덕분에 롯데가 중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동대문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팩트 | 변동진 기자·박지혜 기자·김민수 기자 / bdj@tf.co.kr·medea0627@tf.co.kr·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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