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불협화음' 현대차, 생산라인 국외로 눈 돌리나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노조 측과 불협화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화 강세와 엔저, 글로벌 업체 간 경쟁심화 등 외부적 요인에 최근 실적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조 측과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
9일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사업장 19개 노조와 함께 중앙노동위원회에 집단 조정신청을 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 적용해야 한다는 노조 측 의견에 회사 측이 이견을 보이자 공동 교섭 및 투쟁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간 공격적인 마케팅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낸 현대차로써는 최근 유로화와 루블화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공개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완성차의 생산단가와 직결되는 노조 측의 강경 대응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20조9428억 원, 1조58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3%, 3.6%씩 줄어든 수치다. 판매실적에서도 국내외 모두에서 같은 기간 각각 3.5% 이상의 감소율을 보이며 118만28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의 실적 발목을 잡은 것은 주요 수출 지역의 통화가치 하락이다. 같은 값으로 자동차를 판매해도 그만큼 남는 돈이 줄어드는 악조건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내림세를 보인 공장가동률에 따른 고정비 비중 상승 역시 실적 반등에 찬물을 끼얹었다.
때문에 노조 측과 기 싸움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차의 고심은 더욱 커지게 됐다. 현대차의 임금이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3년 동안 노조 측의 파업으로 입은 손실은 2012년 1조7000여억 원, 2013년 1조200여억 원, 지난해 9200억 원 등 무려 3조6000억 원이 넘는다.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뿐만 매출액 대비 임금 비율 역시 부담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매출 대비 임금 비율은 14%를 넘어서며 2000년 7.1%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임금 상승률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현대차의 이 같은 임금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 일본·독일 완성차 기업들은 이미 직능급, 직무급에 성과급을 병행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대차는 연공급 임금체계로 매출액 대비 인건비 수준이 해마다 상승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GM의 스테판 자코비 국외사업부문 사장 역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사 간 임금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매년 열리는 임금협상은 너무 소모적이며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높은 인건비와 노조 문제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임금 구조가 현대차의 국외생산 비중 확대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도 국내 노조의 잦은 파업과 높은 임금 비율을 이유로 인도 등 신흥국으로 국내 생산 물량을 넘기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며 "글로벌 시장 선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현대차 역시 노조 측과 잡음이 지속한다면 국외 생산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