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충주연수원이 최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구호를 내건 기업은행이 연수원 조성 당시와 달리 충주 지역사회와 상생약속을 지키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기여도는 둘째치고 여성 근로자 인권유린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기업은행과 충주시 간에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기업은행 충주연수원의 문제점을 <더팩트>가 파헤쳐 본다. <편집자 주>
◆기업은행 충주연수원, 지역사회 공헌 의지 저버리나?
서울과 수도권의 젖줄이 되는 충주댐 충주호 바로 앞에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초호화 숙박시설이 있다. 특급호텔도 최고급 리조트도 아닌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행장 권선주, 이하 기업은행) 충주연수원이다. 환경보호구역 안에 ‘나홀로’ 세워진 기업은행 충주연수원이 2010년 개원 후 지금까지 지역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은행 연수원이 지역사회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이유는 충주시의 특혜를 받고도 지역 주민들에게는 1년 365일 단 하루도 문을 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기업은행 연수원이 충주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공헌사업에 사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기업은행 임직원들과 거래 기업만 연수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철문을 굳게 걸어 닫았다.
연수원 인근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희망도 사라진 지 오래다. 충주호 인근에 별다른 숙박시설이 없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인근 상가와 식당들은 기업은행 연수원 운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연수원 방문객들은 연수원 시설 안에서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할 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자 연수원 인근 지역을 비롯해 충주시에서는 기업은행 연수원을 ‘그림의 떡’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수원 인근 상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은 연수원을 눈앞에 두고도 이용할 방법이 없다”면서 “그나마 연수원 안으로 들어갈 때는 단기 용역으로 잡초를 뽑으러 갈 때 뿐”이라고 질타했다.
◆충주시민 연수원 출입은 "잡초를 뽑으러 갈 때뿐?"
<더팩트>가 충주시 동량면 화암리 충주댐 선착장 앞 기업은행 연수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26일. 화창한 봄 날씨 속에서 기업은행 연수원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최고급 시설로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충주댐 광역상수도 상류 1.5㎞ 이내는 환경 중점관리대상지역인 만큼, 인근에는 연수원을 제외하고 별다른 숙박 및 휴양시설을 찾아볼 수 없어 기업은행 연수원의 위용은 더욱 돋보였다.
기업은행 연수원은 눈으로 보는 것만 최고급이 아니었다. 지난 2010년 8월 충주댐 선착장 앞 10만㎡ 부지에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 2동과 교육관, 휴양동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충주연수원에는 기업전용관이 따로 마련돼 있고, 노래방과 축구장, 탁구장, 숙소 등이 고루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초호화 연수원인 만큼 경비도 삼엄한 것일까? 연수원은 지역 주민들의 불만처럼 담벼락이 높았다. 연수원 주변에 산책로에는 출입로마다 자물쇠가 굳게 잠겨 있었고, 정문 역시 검은색 정장 차림의 경호원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서고 있었다. 경호원은 연수원 주변을 취재하는 <더팩트> 취재진을 경계하며 어떠한 용무로 연수원을 방문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처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모습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겐 불만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인근 마을의 한 주민은 “연수원이 들어선 이후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면서 “주민들은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가끔 연수원 구내식당에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해 한 번씩 가서 일해줄 때 말고는 들어갈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연수원은 충주 안의 다른 세상"
그렇다면 기업은행 충주연수원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연수원에서 만난 운영 관계자는 “충주지역 주민들은 연수원을 이용할 수 없다. 기업은행 임직원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무료로 이용신청을 받는다”면서 “연수원 이용객들이 일 평균 200명 이상 상주할 정도로 빠듯해 지역 주민들과 충주시민들을 위해 문을 열기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충주시의회의 박해수 새누리당 의원은 “이용객이 많아 늘 빠듯하다는 연수원 측의 말과 달리 2012년 10만 명, 2013년 8만5000명, 2014년 5만 명 등 연수생들이 해마다 줄고 있지만 연수원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문을 연 사실은 전무하다”면서 “굳게 닫힌 연수원 정문은 연수생들이 입소하고 퇴소하는 그 순간에만 짧게 열리는 충주 안의 다른 세상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 기업은행이 충주댐 상류에 연수원 건립을 신청했을 때 환경단체와 관계기관이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충주시의 명백한 특혜로 지금 연수원이 문을 연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을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의원의 이야기처럼 기업은행 연수원은 건립 신청 단계부터 환경적 문제로 지역사회에 큰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충주댐 광역상수도 상류 1.5㎞ 이내는 환경 중점관리대상지역이라 인근에는 별다른 숙박시설이 없고, 식당 등 상가 역시도 수십년 전부터 문을 연 곳이 아니라면 새롭게 들어서기도 어렵다.
인근의 한 식당 상인은 “충주호 상류는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서 우리도 30년 전부터 운영하던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이지 새로운 식당은 절대 생기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곳에 연수원 시설이 생긴다고 해서 이 지역에 자랑거리가 생겼다고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제 지역 주민들에게 '그림의 떡'이 된 이후에는 누구도 기업은행 연수원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시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을 유치하려는 충주시와 시민들의 배려로 기업은행 연수원은 무분별하게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관에 유일하게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은행은 2006년 연수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충주댐 광역상수도 상류 1.5㎞ 이내 중점관리대상지역에 위치한 부지가 환경문제로 난항을 겪자 연수원이 지역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충주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기업은행 측 "다른 은행도 지역 주민에게 개방 않는다"
시는 문제해결을 위해 제천·단양 등 인근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연수원의 오·폐수 무방류 시스템이란 해법을 이끌어냈다. 결국 연수원은 충주시의 적극적 노력으로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풍광 속에 준공돼 전국 기업은행 거래 기업들의 무료 연수장소로만 활용되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기회가 박탈당한 가운데서도 기업은행 연수원이 문을 열 수 있게 됐는데도 충주시민들에게 문을 걸었다는 사실에 더욱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충주시 기업인협회 측도 연수원의 이같은 부당한 처사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시 기업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충주시의 어떤 기업도 충주호 상류에 건물을 세우지 못한다. 그 곳에 기업은행 연수원이 들어선 것은 충주시의 명백한 특혜”라면서 “하지만 기업은행 연수원이 충주시내 중소기업들에게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연수원은 기업의 시설인 만큼 주민들에게 개방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다른 은행들도 연수원 시설은 일반 주민들에게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팩트│충주=성강현·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