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 롯데홈쇼핑, 사상 초유 '퇴출 판정' 가능성도

지난해 내부비리로 검찰조사와 대표이사까지 구속된 롯데홈쇼핑이 정부의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사상 초유의 '퇴출 판정'을 받을 것인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방송사업자가 정부 심사로 허가권을 회수당한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의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봄부터 최고 경영자와 일선 간부들이 납품업체의 뒷돈을 받아 챙겼다가 구속되는 등 상당 부분감점이 발생한 상황이다.

홈쇼핑 재승인 심사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29일 코바코연수원에서 롯데·현대·NS홈쇼핑 3사 대표와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심사를 진행했다. 홈쇼핑업체들은 5년마다 정부 재승인 심사를 받아 사업권을 연장하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재무상태에 문제가 없으면 5년 재승인을 허가해줬지만, 이번 심사부터 승인 유효기간을 2년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2년 뒤에 허가기간 연장 재승인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미래부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심사 기본계획'에 따르면 모두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을 얻어야 재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는 200점 배점인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항목과 90점 배점의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두가지 항목에서 각각 50% 이상 점수를 받지 못하면 총점에 상관없이 탈락한다. 홈쇼핑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과락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은 일반적으로 주무공무원을 비롯해 회계전문가, 방송전문가, 교수들이 무작위로 선택돼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재승인 심사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임직원 모두 잘 알고 있다"며 "'과락제'가 도입됐지만 심사항목이 정형화된 게 아니라서 몇 점이 감점될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불미스런 사건들이 발생한 후로 중소 협력사들과 투명한 관계로 거듭나기 위해 경영투명성위원회와 '리스너(Listener)'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경영 활동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의 '리스너 제도'란 협력사와 자사 직원에 관계없이 모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신문고'다. 이 제도로 롯데홈쇼핑은 관계 협력사 직원들과 미팅 시 밥값, 커피값을 미리 거래대금으로 지불하고, 방송 운영회의 시 샘플비용을 100% 부담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이 사내 윤리경영팀에 제보하기 꺼려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외부에서 전문가와 자문단을 초빙해 경영투명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한편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신현 전 롯데홈쇼핑 대표의 납품 비리와 회삿돈 횡령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납품업체에게 ▲방송계약서 미교부 또는 지연교부 ▲판매촉진비용 부당 전가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수수료 수취방법 변경 등 불이익 제공 ▲모바일 주문 유도를 통한 수수료 불이익 제공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상품판매대금 등의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 6개 항목에서 '갑질 횡포'를 일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롯데홈쇼핑을 퇴출 1순위로 검토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파다하다. 실제로 공정위는 제재 내용을 미래부에 통보해 TV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에는 롯데홈쇼핑에 37억 원, 현대홈쇼핑에 17억 원, NS홈쇼핑에 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불공정거래 시정명령을 내렸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5월 27일, NS홈쇼핑은 6월 3일에 각각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재승인 심사 결과는 다음 달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