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녹십자그룹 상아제약, '페이퍼 컴퍼니' 의혹...식약처 조사 착수

녹십자홀딩스 자회사 상아제약, 과대광고 이어 페이퍼 컴퍼니 의혹 녹십자홀딩스가 5억 원들여 설립한 상아제약이 페이퍼 컴퍼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아제약은 지난 2013년 6월 청산된 건강기능식품 및 일반의약품 유통회사다. /변동진 기자

녹십자 그룹 유통사 상아제약 '페이퍼 컴퍼니'논란 증폭

국내 대형 제약사인 녹십자가 과거 직원도 없이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 즉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면서 10여년 동안 소비자를 기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사실여부를 가르는 정밀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받고 있는 회사는 지주사 녹십자홀딩스가 2004년 10월 5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유통사 ‘상아제약’이다.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상아제약의 보충제 판매사인 상아헬스케어 송 모 전 대표는 27일 "녹십자 그룹이 '전문제약회사 상아제약'을 인수해 '녹십자'로 상호변경하면서, 계획적으로 만든 '유통전문 판매 상아제약'은 법인목적만 '전문제약회사 상아제약'과 동일한, 직원도 없이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중순 이른바 '녹십자 그룹비리 진정서'를 식약처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녹십자그룹은 유통사 상아제약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2013년3월 해당사를 서류상으로만 청산했다고 주장했다.

상아제약, 알고 보니 유령회사? 녹십자홀딩스 100% 유통 자회사 상아제약이 페이퍼 컴퍼니라고 주장하는 진정서가 식약처에 접수됐다. 식약처는 해당 사실 확인작업에 바로 들어갔다. /제보자 제공

식약처 측은 녹십자 페이퍼 컴퍼니 의혹에 대한 <더팩트>의 질의에 "진정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서 조사중이다"며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녹십자홀딩스의 100% 유통자회사인 상아제약은 정상 기업으로 보기 힘든 정황이 많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더팩트>가 '녹십자 그룹 비리 진정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유통사 '상아제약'은 최소한 정상적인 기업 형태의 경영활동을 한 것으로 보기 힘든 세금계산서발행, 회사내부자금 흐름등 의문점들이 다수 드러나 이에대한 식약처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녹십자 측은 문제가 된 상아제약에 급여를 받는 임직원이 6명이 존재했다며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진정인들은 페이퍼컴퍼니 논란을 빚고 있는 유통전문사 '상아제약'과 90년대 입술보호제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제약회사 '상아제약’은 완전 별도의 회사라며 편법경영 및 과대광고에 대해 지적했다. 예전 상아제약은 2001년 녹십자가 지분 42.91%를 확보하면서 인수됐고 이후 2003년 '녹십자상아'로 상호를 변경, 다시 2004년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지금의 녹십자로 간판을 바꿨다. 즉 2004년 설립한 유통전문사 '상아제약'과는 완전 별도의 회사다.

◆ 녹십자 관련사 전 대표가 '비리 고발 진정서' 제출 왜?

전 상아헬스케어 임직원들은 "녹십자홀딩스가 2004년 5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유통사 상아제약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녹십자에서 모든 계약 및 관리를 했다"며 "녹십자그룹 측의 행위는 소비자인 국민 모두를 기망한 것으로 사기죄와 약사법·건강기능식품법·식품위생법 등을 위반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상아제약 일을 대신한 녹십자 직원들과 상아제약의 상품매매 계약서 및 거래내역 /제보자 제공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유통사 상아제약은 녹십자홀딩스가 투자한 회사지만 지분관계도 없는 녹십자에서 2004년 10월 11일부터 폐업 전(2013년 6월)까지 ▲상품매매 계약서 ▲거래약정서 및 잔고 확인서 ▲제품발주서 ▲제품생산과정 ▲월별생산제품 확인 ▲세금계산서발행 ▲거래장부 확인 등의 업무를 대신했다.

상아제약·상아헬스케어의 세금계산서에는 녹십자와 조순태 부회장의 이름이 선명히 명시돼 있었다. /제보자 제공

상아헬스케어 관계자들이 증거물로 제시한 세금계산서에서는 녹십자와 조순태 부회장의 이름이 선명히 찍혀 있다. 상아제약과 상아헬스케어의 상거래인데 세금 계산서는 녹십자 명의로 발행해 실질적으로 상아제약은 페이퍼 컴퍼니라는 게 진정인들 지적이다.

또 상아헬스케어 전 임직원들은 ‘전 녹십자 OTC(일반의약품) 본부장 B씨’을 포함한 녹십자 소속 직원들이 상아제약 일을 대신했다고 폭로했다. 실제 상아제약과 거래한 업체들의 메일과 제품발주서 등도 모두 B 본부장을 비롯 5~6명의 녹십자 소속 직원들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녹십자 측은 “무슨 소리냐. 상아제약에 직원이 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며 “필요하다면 원천징수신고서 등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관련해 녹십자 측에서 보내온 2012년 하반기 원천징수신고서에 명시된 소득인은 모두 6명으로 적시돼 있다.

상아제약에서 급여를 지급한 직원은 모두 6명이다. /제보자 제공

또 상아제약은 비상장사여서 공시의무가 없지만 <더팩트> 취재진이 입수한 2011년과 2012년 재무제표에는 급여로 각각 2억9400만 원, 2억5900만 원씩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가 입수한 2011년과 2012년 재무제표에서 급여로 각각 2억9400만 원, 2억5900만 원씩 각각 지급됐다. /제보자 제공

페이퍼컴퍼니 의혹 해소의 관건은 이 급여의 수령자가 실제 상아제약 임직원인가이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및 해당 보건소에 따르면 제약유통(도매)업체로 등록하기 위해선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와 관리약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아제약이 청산되던 지난 2013년 등기부등본상의 사내외 이사 및 감사만 해도 모두 6명에 달했다. 등기 임원진이 무급여 근무를 했는지는 식약처 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우연찮게도 상아제약 소득신고인 6명과 등기상 임원진 6명의 숫자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페이퍼 컴퍼니'의 의혹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2012년 상아제약 등기부등본에 올라있는 임원은 모두 5명이다. 따라서 2012년 상아제약에서 지급한 급여인 6인은 임원 5명과 관리약사 1명인 셈이다. /제보자 제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통사 상아제약은 제약사 상아제약의 지명도를 활용한 듯한 영업·광고를 집행하는 등 편법경영을 자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더팩트>는 단독으로 상아제약이 10년간 제조사로 위장해 제품을 판매한 사실을 보도 한 바 있다.(참조 http://news.tf.co.kr/read/economy/1514141.htm)

제약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페이퍼 컴퍼니가 맞다, 아니다에 대해 쉽게 답변할 수 입장은 아니다. 남의 회사 일이니 더욱 그렇다. 다만 상아헬스케어에서 제보한 내용을 중심으로 조사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2012년 발생한 수익이 폐업(2013년)한 후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며 말을 아꼈다.

◆ 식약처, 녹십자측 페이퍼컴퍼니 의혹 조사 진행

송 전 대표 등 상아헬스케어 관계자는 “녹십자는 그들이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특수의약품과 백신전문 그룹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사냥해서 잡아먹겠다는 흉악한 사고를 가진 없어져야 할 회사”라며 “제약회사도 아니고 직원도 없는 유통사 상아제약을 철저히 조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오늘( 27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조사에 참석해 모든 사실을 밝혔다. '상아제약이란 회사가 직원 없이 운영됐다'는 내용과 '재무제표 조작' 등에 대해 주장했다"며 "상아제약에서 판매한 제품은 건강기능식품, 이유식 및 유아용 간식(엘빈즈 제품), 일반의약품(철분제), 어린이 홍삼, 보충제 등 수백 개다. 이런 제품을 팔아서 60억~70여억 원 매출에 불과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상아헬스케어 보충제 매출만 20억 원이 넘었다. 분명 재무제표가 조작된 것이다. 이에 대해 상아제약을 통한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수사를 간곡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허일섭 녹십자 회장 및 상아제약 전 임직원들을 상대로 소송도 생각하고 있다"며 법정 다툼도 예고하고 나섰다.

식약처 측은 "해당 진정서는 위해사범중앙조사단 넘겨졌다. 조사단에서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이다.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짧게 답했다.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bdj@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