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취업심사, ‘성완종 악재’ 떨칠까?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24일 오후 취업심사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왼쪽 위)는 이날 오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더팩트DB

김용환 회장 내정자, 성완종 다이어리 거론 인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이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되기 위한 관문인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는다. 금융권에선 재무부와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을 넘나든 김 내정자가 취업심사를 무리 없이 통과해 농협금융 차기 회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최근 경남기업 사태의 장본인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다이어리에 김 내정자의 이름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과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취업심사는 퇴직공직자가 이전에 근무한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2월 수출입은행장에서 퇴임한 후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기간(퇴임 후 2년)을 채우지 못했다.

당초 금융권에선 김 내정자에 대한 취업심사가 직무연관성 여부를 판단하는 간단한 절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농협금융이 김 내정자를 회장 후보로 내세웠다는 점과 2011~2014년 이끌었던 수출입은행과 농협금융 사이에 전관예우 문제를 일으킬 직무적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내정자는 금융권에서 뼈가 굵은 금융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그는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증권감독과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지난 2011년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친 후 현재 금융연구원 특임연구실 초빙 연구위원으로 지내고 있다. 아울러 업무 추진력이 강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이른바 ‘성완종 다이어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는 2013년 9월3일 당시 김진수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구조개선 국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12~13일에는 채권은행장인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용환 내정자(당시 수출입은행장)을 만나는 일정이 기재돼 있다.

베트남 랜드마크72 사업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경남기업은 그해 10월29일 3차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이튿날 채권단은 긴급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채권단은 이듬해인 2014년 1월21일 63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그 시기는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금융감독원 요직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김 내정자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대표적 충청권 금융 인사다.

뿐만 아니라 김 내정자가 행장으로 있던 수출입은행의 경남기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 채권액)는 5210억 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대출채권이 2172억 원이고, 나머지 3000여억 원은 이행성 보증이다. 주채권은행은 신한은행이 1876억 원, 국민은행과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이 각각 400억~600억 원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김 내정자가 수출입은행을 이끌던 2013년에 경남기업 대출이 600억∼700억 원가량 급증한 것에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이렇게 되자 공직자위원회도 김 내정자를 통과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전관예우 문제를 일으킨 직무적 연관성만 놓고 심사하기에는 최근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사안이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공직자위원회가 김 내정자를 통과시킨 뒤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농협금융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취업심사는 일정대로 진행하되,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안건을 보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김 내정자에 대한 취업심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재무제표를 통해 부실 위험을 쉽게 알 수 있는 경남기업에 (수출입은행이)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줬다”며 “김 내정자 부적절한 행위가 없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정무위원을 지낼 때 업무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내정자 역시 성 전 회장을 만났다는 것 말고는 새로운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김 내정자가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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