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티볼리 분석①] 노사문제-해외 개척-최종식 체제 안착이 3대 과제

티볼리 쌍용차 중책 해결 열쇠 될 수 있을까 수출 실적 하락,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 등 시급한 과제를 떠안은 쌍용자동차가 자사 최초로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흥행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쌍용차 평택 공장. / 쌍용자동차 제공

과거의 영광과 좌절을 뒤로 한 채 절치부심한 쌍용자동차가 '티볼리'라는 칼을 빼 들었다. 1990년대 '코란도'와 '무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흥행 보증 수표로 군림하던 쌍용차는 외환위기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과 실적 악화, 여기에 신차 개발의 부재까지 더해지면서 최근까지도 국내 완성차 시장의 '만년 꼴찌'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자사 최초 SUV '티볼리'의 출시로 옛 명성 찾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티볼리'의 현주소와 과제등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티볼리'의 흥행 지속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새 사령탑에 오른 최종식 체제의 무난한 안착은 물론 쌍용차의 가장 큰 숙제인 해고 노동자 문제까지, 회사 측의 중책을 해결하기 위해선 '티볼리'의 꾸준한 흥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최대 해결 과제 가운데 하나는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다. 지난 2009년 이후 7년여 동안 쌍용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해고 노동자와 회사 양측의 갈등의 골은 지금까지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쌍용차 노사 관계는 달라지는 분위기다. 평택공장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지난달 100일간의 농성을 멈추고 굴뚝에서 내려왔고, 이유일 전 쌍용차 대표이사에 이어 회사 사령탑에 오른 최종식 신임 대표이사 역시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새 국면을 예고하고 나섰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왼쪽)과 최종식 쌍용차 신임 대표이사 모두 해고 노동자 복직 가능성의 기본 전제로 티볼리의 흥행을 둔 만큼 새 모델의 선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 쌍용자동차 제공

최종식 대표이사는 2일 오후 일산킨텍스 '2015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회사 공장 가동률이 올라 인력 충원 요인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인원을 복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 역시 지난 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티볼리' 신차발표회에 참석해 "'티볼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신차들이 꾸준하게 선전해 회사가 흑자로 돌아선다면 시간과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충원할 것이며 2009년 해고된 노동자들 우선으로 충원할 것"이라며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마한드라그룹의 수장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해고 노동자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최종식 사장의 수출 시장 선점 공약 모두 '티볼리의 선전'을 기본 전제로 두고 있다. 때문에 '티볼리'의 흥행은 쌍용차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국내외 완성차 시장에서 '티볼리'의 흥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발언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오는 6월 출시를 앞둔 티볼리 디젤 모델까지 좋은 반응을 얻어 한 해 12만 대 생산 목표를 달성하면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북미 시장 공략형 콘셉트카 XAV의 양산까지 적극적으로 검토, 티볼리와 함께 단일 플랫폼으로 연간 20만 대 이상 생산을 확충하고 생산인력을 5000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쌍용차의 국내 생산거점인 평택공장은 최근 '티볼리'의 초반 선전에도 공장 가동률은 60%에 그치고 있다. 쌍용차는 오는 6월 출시를 앞둔 '티볼리' 디젤 모델까지 좋은 반응을 얻어 한 해 12만 대 생산 목표를 달성하면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북미 시장 공략형 콘셉트카 'XAV'의 양산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티볼리'와 함께 단일플랫폼으로 연간 20만 대 이상 생산을 확충하고 생산인력을 5000 명까지 확대한다는 회사 측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2009년 회사를 떠나야 했던 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두 번째 과제는 '티볼리'의 국외 시장 흥행 성공이다. 쌍용차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연간 매출 3조3266억 원을 기록, 내수 시장에서 6만9036대를 판매하며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환율 하락 등의 여파로 7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UV 시장 성장세에 따른 내수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등 주력 수출시장 물량 축소로 전체 판매가 3.2% 줄어들고 원화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쌍용차의 올 3월 수출 물량은 러시아 루블화 폭락의 여파로 같은 기간 30.2%의 감소율을 보이며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수출 실적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0.6%의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역시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쌍용차는 3월 한 달 동안 내수 7719대, 수출 5151대를 포함 모두 1만2870대를 판매했다. 내수 판매는 7000 대를 넘어서며, 지난해 12월(8261대)이후 월간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수출 물량은 러시아 루블화 폭락의 여파로 같은 기간 30.2%의 감소율을 보이며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수출 실적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0.6%의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쌍용차는 지난 2월에도 루블화 급락에 대응하기 위한 러시아 물량 축소 등의 영향으로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월 대비 무려 50% 줄어든 3153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는 쌍용차의 전체 수출 물량의 4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으로 러시아 화폐가치 하락은 고스란히 '밑지는 장사'로 이어질 수 있어 쌍용차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쌍용차는 국외 시장 공략 루트를러시아에서 벨기에와 영국, 스페인, 칠레 등 유럽과 중남미 지역으로 옮기고,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새 전략 짜기에 들어갔다.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러시아의 공백을 새로운 시장에서 메꾸겠다는 것이다.

유럽·중남미 지역 공략을 선언한 쌍용차는 지난달말 티볼리 2000여 대의 첫 수출 선적 기념식을 열고 글로벌 소형 SUV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 쌍용자동차 제공

유럽·중남미 지역 공략을 선언한 쌍용차는 지난달말 '티볼리' 2000여 대의 첫 수출 선적 기념식을 열고 글로벌 소형 SUV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에 선적된 물량은 오는 6월부터 벨기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칠레, 페루 등에서 판매가 시작되며, 쌍용차는 이번 선적을 시작으로 올해 유럽시장 1만3500대를 포함해 모두 2만5000여 대의 티볼리를 국외시장에서 판매해 '글로벌 SUV 전문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올해 새로운 개척 시장으로 삼은 유럽 지역에서 '티볼리' 1만3500대를 수출하는 등 모두 2만5000여 대를 국외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대규모 기자단 시승행사를 비롯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유럽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고, 유럽시장에서의 선전을 새로운 활로 개척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 선점'이라는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해 쌍용차가 꺼낸 '티볼리' 카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9일 영국 유명 자동차 전문지 오토익스프레스는 '티볼리' 시승기에서 "쌍용차의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모델"이라며 "그간 현대차와 기아차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쌍용차가 '티볼리'의 출시로 한걸음 더 발전했음을 방증했다"고 호평하며 쌍용차가 제시한 영국 현지 판매 목표량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식 체제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 역시 티볼리의 흥행에 달렸다. 글로벌 신흥 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급박한 상황에서 티볼리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갈 길 바쁜 쌍용차의 앞날은 물론 새로 지휘봉을 잡은 최종식 대표이사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 쌍용자동차 제공

'최종식 체제'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 역시 티볼리의 흥행에 달렸다.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신흥 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급박한 상황에서 '티볼리'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갈 길 바쁜' 쌍용차의 앞날은 물론 새로 지휘봉을 잡은 최종식 대표이사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최종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공동 법정관리인에 선임된 이후 6년 동안 회사 경영을 맡았던 이유일 전 대표이사의 빈자리를 채운 최종식 대표이사는 지난 1973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현대자동차 기획실장과 미주법인장(부사장)을 역임, 중국 화태자동차 부총재 겸 판매회사 총경리(사장) 등을 거쳐 2010년 1월 쌍용차에 첫 발을 내디뎠다.

'글로벌 영업통'으로 꼽히는 최종식 대표이사를 쌍용차의 새 사령탑에 올려 놓은 데는 위에서 언급한 쌍용차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그만큼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방증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막중한 임무를 어깨에 짊어진 새 사령탑은 회사에 직면한 과제의 해법으로 시종일관 '티볼리'의 흥행을 제시했다. 최종식 대표이사는 '티볼리'의 상권을 유럽과 중남미는 물론 중국 시장으로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상하이국제모터쇼에서도 '티볼리'를 전시해 최대 SUV 판매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완성차 시장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4%에 달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특히, '티볼리'가 포함된 소형 SUV시장은 지난해 40만 대 이상이 팔리며 전년 대비 15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전통 SUV 메이커'로 명맥을 이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한 경쟁사들이 신차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SUV 시장에서도 기를 펴지 못했다"며 "때문에 '신차개발'은 최근 수년 간 쌍용차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티볼리의 출시는 쌍용차에도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 만큼 잘 파느냐'에 달렸다. 국내외 완성차 시장 진출에 첫 테이프를 끊은 '티볼리'의 흥행 여부가 새로 선임된 최종식 사장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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