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담배, '군대 납품' 올해도 탈락?...KT&G 9년째 '독식'

대한민국 군대는 KT&G를 사랑해? 9년째 KT&G가 독식하고 있는 군대 내 담배판매와 관련, 올해 입점업체 입찰 선정기준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외국계 담배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변동진 기자

외국계 기업 “평가기준 객관성 없다”

9년째 KT&G가 독점하고 있는 연간 800억 원대 담배 시장이 있다. 공개입찰 시장이지만 사실상 불가침 영역이다. 바로 군대(軍隊)담배시장이다. KT&G의 담배가 맛과 디자인등 측면에서 외국산 담배보다 월등하다며 국군복지단은 지난 9년 동안 공개입찰에서 같은 결과를 냈다.

우리 군대이기에 우리 담배를 공급하는 게 정서상 자연스러울수 있지만 외국계 담배기업들은 기호품인 담배에 애국심 마케팅을 하는 것은 자본시장체제에 어긋난다며 불만이 크다. 입찰 선정기준이 객관적으로 수긍할만한 요소가 적고 정성적 평가가 입찰결과를 좌우한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군대담배 납품은 국방부와 KT&G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국군복지단은 지난 2007년부터 공개입찰을 통해 군대 납품담배를 선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외산 담배는 단 한번도 낙찰되지 않았다. 국군복지단은 맛, 디자인, 가격 등 요소에 배점을 줘 납품담배를 선정하고 있다. 복지단 측은 군대담배 선정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런 부정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계 담배기업들이 우리 군대담배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국군 복지단은 군대 내 담배 판매 입찰과 관련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복지단 측은 이날 전체목수는 현행 20개로 유지하되 판매량이 적은 하위품목 4개는 공개입찰을 통해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가요소 및 배점으로는 모두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맛 40점, 디자인 30점, 가격 30점 등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제품은 올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1년간 군대담배로 공급된다. 향후 1년간 800억 원대의 안정적인 수요처가 형성된다. 외국계 기업들이 군침을 흘릴만하다.

앞서 복지단은 4개사(KT&G, 필립모리스 코리아, BAT코리아, JTI코리아)를 대상으로 한 공개입찰 공청회를 지난달 25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담배 길이 및 타르 등을 기준을 ▲84m 3mg 이상(대형 사이즈) ▲84m 3mg 이하(저타르 제품) ▲100m 3mg 이상(얇은 사이즈) ▲100m 3mg 이하(저타르 제품) 등으로 설정했지만 이번 사업설명회에서는 이를 삭제했다.

"올해도 제품 품질에 대한 평가기준이 명확치 않아 외산 담배 선정은 물 건너갔다"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외국계 담배회사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국군복지단은 지난 2007년부터 공개입찰을 도입해 외국계 담배회사도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외국계 담배업체들이 선정된 사례는 없다. /더팩트DB

취재진과 만난 외국계 A사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정성평가 요소가 무려 70점이다”며 “정성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장병들의 선호도 조사와 실제 젊은 층이 보여주는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등이 평가 요소 및 배점에 반영돼야 한다. 평가결과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맛 평가에 대해 한 당국자는 “심의위원들이 담배를 직접 피워보고 평가하는 것이다. 심의위원은 국방부 및 육ㆍ해ㆍ공군 본부에서 임의 지정된 인원으로 구성된다. 모든 장병들의 의견을 물을 수 없으므로 일정 인원만 선정심의에 참가하는 것”이라며 “국군복지단에서 운영하는 1700개의 물품도 동일한 방식으로 선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심의위원은 ‘갑’ 장교(소위부터) 33.3%, ‘을’ 하사관·군무원 각각 16.7%, ‘병’ 33.3%(일반 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외국계 B사 담당자는 “일반병사 70%를 차지하고 있어 ‘병’의 구성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복지단은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맛 심사 순서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렸다. 현재 복지단은 모든 제품의 브랜드를 오픈한 상태로 하루 만에 담배를 펴 점수를 부과한다.

외국계 회사들은 “블라인딩 심사를 하던지, 아니면 며칠에 걸쳐 점수를 부과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마지막에 피는 제품이 가장 맛이 없게 느껴질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뿐이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다른 외국계 C사 관계자는 “올해도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보이는 등 복지단의 담배 선정과정의 공정성과 가산점 부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 (외산 담배 판매)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군대에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그리고 KT&G에 왜 가산점을 부과하냐. 복지단은 KT&G에 동원 관련 중점관리업체로 가점 1점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국방부 동원국에 확인할 결과, 담배는 국민 건강 상 이유로 기획재정부 지침에 의거 2015년 전시기본 품목에서 제외돼 동원지정이 해제됐다. 근데 복지단에서는 이같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더라”고 토로했다.

KT&G 측과 복지단은 “맛, 디자인, 가격 외에 담배를 평가할 수 잇는 요소가 뭐가 있냐”고 반박했으며, 복지단은 “육군 외에 해군과 공군은 아직 2015년 전시기본 품목에 포함돼 있어 가산점 부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서치회사 IMRB의 ‘만 19세~25세 담배소비성향 분석’에 따르면 흡연자 중 무려 76%가 외국담배기업의 브랜드를 피우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높은 10대 품목을 보더라도 무려 8개 제품이 외국계 담배업체의 브랜드였다.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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