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가격, 한국·중국 내리고 유럽은 올리고
겹쳐진 두 개의 ‘C’가 여전히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을까? '노 세일(No sale)' 전략으로 콧대를 세우던 최고급 명품 샤넬이 이례적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핸드백 가격을 15~20% 내렸다.
하지만 한국이 들썩일 만큼 이례적인 샤넬의 지난 17일 가격 인하 소식에 여성들은 반색하기보단 오히려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명품도 명품이지만, 경기불황으로 오락가락하는 가격 정책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요즘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의 창업주이자 디자이너였던 코코샤넬(가브리엘 샤넬, Gabrielle Chanel(1883~1971))은 “자신을 꾸미는 일은 사치가 아니다”라는 말로 여성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그렇게 샤넬은 100년 가까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최고급 명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샤넬을 하나의 액세서리이자 의상을 넘어서 ‘선망의 대상’으로 만든 이유는 따로 있다. 누구나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가격 때문이다. ‘초고가’라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성들을 더욱 애간장 녹게 만드니, 명품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선 ‘동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떠받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샤넬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가격을 8번이나 올리는 꾸준한 가격인상 정책을 폈다. 그 결과 5년 동안 샤넬 가격은 3배 이상 올랐다. 샤넬의 대표 제품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은 2012년 612만 원에 판매됐지만, 지난 2007년 초에는 203만 원 수준이었다. 불과 5년 만에 판매가가 무려 3배나 폭등, 명품 소비자들도 놀라게 했다. ‘2.55 빈티지 미디엄’의 가격은 2007년 300만 원대에서 2012년 681만 원으로 뛰었다.
그 후로도 샤넬은 꾸준히 가격을 인상해 지난해에는 6월과 11월 한 해에 무려 두 번이나 가격을 더 올렸다. 이로 인해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은 643만 원, 2.55 빈티지 미디엄은 715만 원까지 올랐다.
이쯤 되자 명품 핸드백을 가지려는 여성들은 더욱 안달날 수밖에 없었다. 샤넬 핸드백을 사려던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고, 이미 핸드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주식처럼 앉아서 돈을 번 것 같이 흐뭇해했다. 이른바 ‘샤테크(샤넬 핸드백으로 재테크를 한다)’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콧대 높던 샤넬도 경기불황의 그늘을 피할 수는 없었고, 급기야 가격 인하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또 한 번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나섰다. 이번 인하폭은 15~20%다. 언뜻 큰 할인폭 같지만, 그동안 한 해에 수차례씩 가격을 올리던 것과 비교하면 그리 큰 인하폭은 아니다. 단적으로 '폭등 수준'의 가격정책을 펴오다가 경영환경 위축때문에 10%대 인하정책을 펴면서 고객들 지갑을 겨냥하는 게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로도 비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샤넬의 '눈가리고 아웅'식의 가격정책이 효과를 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가격 인하 정책의 이면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정책의 민낯이 재차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에서만 가격을 낮추고, 유럽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이중적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샤넬 측은 이에 대해 전 세계 샤넬 제품 가격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호갱(호구+고객)’이 아닌 이상 샤넬측 속내를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유독 콧대를 높였던 샤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던 것인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은 이번 가격 할인으로 643만 원에서 538만 원으로 가격이 내린다. 하지만 유럽의 가격(3550유로, 약 422만4500원)과 비교해도 여전히 100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코코샤넬은 “럭셔리는 빈곤함의 반대말이 아니라 천박함의 반대말이다”라는 말로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나라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정책을 내세우는 일이야 말로 돈만 추구하는 천박한 경영 행태가 아닐까 싶다.
[더팩트 │ 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