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 취임한 김덕수·채정병 사장
지난해 초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과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의 '1년 성적표'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사장은 개인정보유출 사건 이후 영업력을 빠르게 정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재선임에 성공했다. 채 사장 역시 순이익을 크게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이 전업계 카드사 꼴찌로 내려가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김덕수 사장 경영 실력 인정받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계열사인 국민카드 대표이사 후보로 김 사장을 주주총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오는 26일 열리는 국민카드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김 사장은 KB국민카드 부사장이었던 지난해 초 심재오 전 사장이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책임지고 퇴임하자 그해 3월 사장을 맡아 1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임기 1년 동안 김 사장은 개인정보유출 사건 이후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민카드의 1분기 매출을 7223억 원이었지만 개인정보유출 사태 이후 6874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3분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7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 분기 만에 정보유출 사태 이후의 실적을 회복한 것이다.
또 지난해 3423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2013년보다 약 3% 줄어는 수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3개월 영업정지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KB금융 측 역시 김 사장의 연임에 대해"지난해 고객정보사태 이후 신뢰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업무 추진으로 조기에 영업력을 정상화시킴으로써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 떨어진 롯데
채 사장은 지난해 2월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의 후임으로 선임되면서 롯데카드를 이끌고 있다. 채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채 사장은 개인정보유출 악재 속에서도 롯데카드의 순이익을 높이 끌어올리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롯데카드는 115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순이익이 2013년보다 70.7%나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롯데카드는 지난해 출범한 전업계 카드사의 막내인 '하나카드'에 시장점유율을 내주는 굴욕을 맞봤다. 통합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이 이때보다 0.9%p 높아진 것은 양사 통합의 시너지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의 ‘2014년 신용카드회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2014년 신용카드 결제 취급액이 32조6070억 원을 기록해 하나카드에게 카드업계 5위 자리를 내줬다. 또 롯데카드는 점유율이 2013년 7.9%에서 지난해 5.9%로 대폭 하락하며 전업카드사 중 최하위로 쳐졌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롯데카드는 지난 2월 회원 유치를 목적으로 고객에게 금품을 제공하다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현행법상 신용카드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 신용카드 연회비의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롯데카드는 신용카드모집인들이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신용카드회원을 모집했고 카드모집인들의 이러한 불법모집 행위를 눈 감아 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롯데카드에 각 500만원의 과태료와 기관주의 처분을 내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롯데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채 사장의 경영 능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면서도 "통합 하나카드가 출범한 이후 롯데카드가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져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sseou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