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재개혁연대 "현대중공업, '거수기' 사외이사 선임안 철회해야"
이른바 '정몽준의 사람들'로 불리는 '최길선-권오갑-가삼현' 사내이사 3인 체제 구축에 나선 현대중공업이 사외이사 명단에도 최대주주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들을 대거 포진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7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현대중공업이 송기영 변호사를 오는 27일 진행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로 공시했다"며 "송 후보는 최근까지도 지배주주 정 전 의원의 특수관계인 지위에 있었던 만큼 법으로 정한 사외이사 자격요건에 배치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에 나선 정 전 의원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아 독립성이 의심되는 이수희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며 "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로 부적절한 인사를 잇달아 후보로 추천한 결정을 철회하거나 후보들 스스로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경영진과 지배주주를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를 최대주주 최측근 인사에 배치, 독립성이 결여된 '거수기' 역할로 활용하기 위한 선임이라는 것이다.
특히, 송 변호사는 최근까지도 지난 2011년 정몽준 전 국회의원과 현대중공업 등이 출연하여 설립한 공익법인인 아산나눔재단의 감사로 재직했다. 상법 및 시행령에 따라, 상장회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 만큼 정 전 의원의 특수관계인인 송 변호사는 사외이사 후보로 부적합하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측의 설명이다.
측근 인사 선임 논란과 관련해 현대중공업 측은 "송 변호사가 지난달 말 아산나눔재단 감사직에서 사직했다"며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 측은 "상법 및 시행령으로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정하면서 친인척 관계, 사실상 지배 관계, 거래관계, 자문계약 등 실질 관계를 고려하여 결격사유를 일일이 열거함은 물론 외형적 연결고리가 끊어지더라도 최소 2년간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냉각 기간까지 둔 이유는 무엇보다 지배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인사들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취지"라며 반박했다.
이어 또 다른 후보인 이 변호사에 대해서도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이 변호사에게 어떻게 독립적 의사결정은 기대할 수 없다"며 "현대중공업 그룹은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이 아니라 지배주주와의 밀접성을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으로 삼은 것"이라며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경제개혁연대 측은 "사외이사 제도를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정당화, 합리화하는 방편으로 여기거나 법률적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가 아닌, 적극적인 관점과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외이사의 자격을 검증하고 보다 적절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 제도를 그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5일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가삼현 그룹선박영업 대표를 사내이사로, 사외이사에는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인 송 변호사와 정 전 의원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출신인 이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