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애플 스마트워치 대결 벌인다
“웨딩 데이지, 사랑의 천사로 변신!”
수호천사 데이지가 차고 있던 ‘시계’에서 갑자기 빛이 난다. 시계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데이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시시각각 위험 상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데이지가 수호천사로 변신할 때면 요술봉도 튀어나온다. 1990년대 초반 한창 유행하던 만화영화 ‘웨딩피치’ 속 장면이다. 일명 ‘천사의 보물’ 중 하나인 데이지의 ‘세인트 판드류(천사의 시계)’는 당시 수많은 어린이들이 갖고 싶어 한 아이템이었다.
만화 속에서만 볼 줄 알았던 ‘시계’가 현실로 나타났다. 바로 ‘스마트 워치’다. ‘위험 상황도 알려주고, 전화도 가능한 시계’는 사용자의 건강과 운동량을 체크하고, 스케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관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제조사는 각각 천사의 시계를 표방한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최근 애플은 3가지 라인의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모델도 포함됐다. ‘그저 그렇다’는 평을 들었지만,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 성장 포인트로 꼽히는 ‘리서치키트(의료데이터 수집을 통한 질병 치료)’를 공개한 것과 애플페이, 헬스 애플리케이션(앱), 시리를 지원하는 점 등은 호평을 받았다. 애플은 헬스 케어 기능을 자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LG전자는 ‘패션’을 내세웠다. 세계 최초로 LTE 통신모듈을 탑재한 ‘LG 워치 어베인 LTE’와 아날로그시계 디자인을 유지한 ‘LG 워치 어베인’으로 웨어러블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어베인(Urbane)’은 ‘세련된’, ‘품위있는’ 이라는 뜻으로 프리미엄 디자인이 적용된 LG전자의 새 스마트워치 라인업이다. LG전자는 LG 워치 어베인을 통해 ‘리얼 워치’에 가까운 클래식한 원형 디자인을 구현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4.3 이상의 모든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넓은 사용성도 흥행요소다.
남은 쪽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신작 스마트워치인 ‘오르비스(프로젝트명)’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공개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애플워치를 지켜본 뒤 자사 제품 전략을 짜기 위해 출시를 미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헬스 케어는 애플, 디자인은 LG다. 삼성은 무엇을 전략 요소로 내세울 것인가?
다시 19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 보자. 수호천사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돕는 천사의 시계는 모든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유치원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천사의 시계 모형을 차고 가면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 시절 천사의 시계가 우리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뛰어난 성능과 전혀 느껴보지 못한 혁신, 그리고 아름다운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미래의 시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화에만 등장하던 천사의 시계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시장은 넓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스마트워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은 서로가 데이지가 되고 싶어한다. 스마트워치를 둘러싼 경쟁에서 최후 승자는 누구일까. 20여년 전 천사의 시계를 갈망했던 어린이들은 이제 스마트워치의 잠재 수요자가 됐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