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차 그룹 금융계열사 욕심낼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그룹내 입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형태이지만 '아들(남성)중심'의 현대차그룹 경영 풍조와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측면에서 금융 계열사에 대한 실체적인 지배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안팎에서 줄곧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 사장은 한 때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분할체제에 들어가면 정몽구 회장 차녀인 정명이씨와 결혼한 정 사장측이 금융 계열사를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위인 정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오너십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업계내 중론이다.
◆ 정태영, 금융계열사 지분 확대여부 관심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분리 향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 등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정 사장은 현재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의 사장과 대표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아울러 현대라이프의 이사회 의장으로으로 있으며 현대라이프와 HMC투자증권 등을 인수할 때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대부분 금융계열사에 정 사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정 사장은 금융계열사의 안정적인 토대구축에 일정 역할을 담당한 전문 CEO이고 정 회장으로 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신임을 받는 사위이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정 사장이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분리시 일종의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을 취할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 사장 역시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분리에 직간접적으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의 경영 전반을 맡겨주길 바라고 있다는 것. 물론 재계 호사가들사이에 나도는 확인할수 없는 소문이지만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체제가 밑그림을 그려나고 있는 시기적 특성을 고려할때 금융계열사 향방은 정 사장 입지와 연계돼 이런저런 관측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정 사장의 행보도 업계의 관측과 맞물리면서 눈길을 끈다. 정 사장은 지난 2일 종로학평의 보유 주식 6109주(지분 78.33%)를 하늘교육에 전량 매각했다. 가격은 주당 34만1221원으로 총 20억8451만8181원이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내의 금융계열사 운영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종로학평은 현대차그룹내에서 규모가 작은 회사이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감시대상에 들어있어 정 사장에게는 항상 껄끄러운 대상이었다. 아울러 정 사장이 종로학평 매각대금 등을 기반으로 개인적으로 금융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려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관련, 제너럴일렉트릭캐피탈(이하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차 금융계열사 주식을 정 사장이 사들일 가능성에 대해 주위에서는 눈여겨 본다. 정 사장이 개인자금으로 GE캐피탈 지분을 확보할 경우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어서다. GE캐피탈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지분을 각각 43.0%와 43.30%를 보유하고 있다. GE캐피탈은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와의 합작기간이 2014년 종료되면서 두 회사의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년손님' 정태영, 결국 장인 MK 의중이 관건
그러나 역시 관건은 확고한 지배력 및 추진력으로 현대차그룹을 일선에서 이끌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금융계열사 경영체제 및 경영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이다. 대체로 정몽구 회장은 사위들을 경영에 참여시키기는 하지만 경영 전반에 주도적으로 나서 실질적 오너십을 발휘하려는 것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재계내 일반적 진단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사위들은 경영 참여에 소극적이거나 지분량이 미미하다. 첫째 사위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남편이다. 정 사장, 신성재 전 사장이 그룹 경영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과 달리 선 이사장은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셋째 사위였던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와 지난해 이혼했다. 이에 같은해 9월 신 전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이상국 경영관리본부장(전무)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 사장 역시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경영 일선 전반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소량에 그치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사장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커머셜 지분을 16.67%만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50%), 부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33.33%)에 이은 3대 주주일뿐 절대적 영향력 발휘와는 거리가 있다.
정몽구 회장이 사위들을 경영에 참여는 시키고는 있지만 전면에 뛰어드는 것은 일정 기준선을 두고 컨트롤(제어)하고 있다는 것이 그룹안팎의 관측이다. 신 전 사장과 정윤이 전무의 결별을 볼때 더욱 그런 추측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그룹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자동차사업과 금융사업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만큼 내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백년손님' 사위에게 금융계열사를 절대적으로 맡길 소지는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들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정 사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금융계열사를 두고 향후 경영권 갈등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정 사장이 현대카드를 맡아 발전을 이뤄왔지만, 정 부회장 역시 금융계열사에 관심이 많아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십조원 수백조원의 외형을 꾸리는 그룹의 경우, 자본조달 및 운영을 위해 금융 계열사는 필요조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금융계열사 전반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금융사 경영권 승계라는 결정적 순간에서 사위와 아들의 경쟁구도가 전개될 때 정 회장이 누구를 택할지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medea062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