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종규, CEO 승계 야심작 좌초…왜?

KB금융 CEO 승계 프로그램 보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현직 CEO연임 우선권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CEO 승계 프로그램을 보류했다./더팩트DB

윤종규 KB금융 회장 야심작 물거품

윤종규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CEO 승계 프로그램이 결국 좌절됐다. KB금융 이사회는 새로운 CEO 승계 프로그램이 이사회와 회장의 결탁으로 내부 권력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다시 새로운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다시 '보안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인해 결국 새 CEO 승계 프로그램은 백지화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CEO 승계 프로그램을 보류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 CEO 승계 프로그램에 포함된 '현직 CEO 연임 우선권'을 두고 이사회가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3개월간 외부컨설팅사의 보고서와 공청회를 통해 새로운 지배구조개선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현직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수개월 전에 타진한 후 연임의사를 밝힐 경우 경영성과·조직관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임 여부를 우선 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룹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재무적 성과와 함께 고객만족도 등 비(非)재무적 성과도 포함시킨다.

아울러 KB금융 회장뿐 아니라 KB국민카드 사장, KB손해보험 사장 등 경영관리위원회 구성원들도 차기 회장 후보로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국내 금융권에 CEO의 장기재임 풍토가 확립되지 않아 단기업적주의가 팽배하고 실제 CEO의 재임기간이 길수록 해당 은행의 경영성과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게 근거로 작용했다.

그동안 KB금융은 현직 CEO와 내외부 공모를 동시에 진행하는 형식으로 CEO를 선임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후보간 경쟁구도로 국민·주택은행 출신간 줄서기 문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후계 양성이 미흡하고 낙하산 인사가 KB금융을 장악해 ‘외풍’에 시달려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KB금융은 지난 2008년 9월에 출범한 이후 6년 4개월 동안 5명의 CEO를 배출했을 만큼 정치권의 입김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못할 경우 내부 권력화와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새 CEO 승계 프로그램은 보류됐다. CEO의 장기 집권화가 이뤄지면 회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오너 기업으로 변질돼 주주들의 권한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제도를 윤 회장부터 적용하느냐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상정한 CEO 경영승계 계획안에서 CEO의 연임 여부를 판단할 평가결과와 내외부 경쟁 후보에 대한 종합평가를 동시에 검토하는 ‘절충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기존 CEO에 대한 연임 판단을 먼저하되 내외부 후보에 대한 종합평가를 CEO의 연임 판단때 동시에 비교한다는 것. 또 윤 회장의 의지에 따라 본인은 이번 개선안의 적용을 배제하는 안건도 동시에 올렸다.

절충안 역시 이사회에서 논의됐으나 결국 결론이 나지 못했다. 기존의 CEO 선출방식과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 윤 회장 역시 절충안을 폐기하고 기존안을 유지하되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보완하는 쪽으로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측은 "KB의 경영승계 계획에 대한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그동안 논의된 대안들을 좀 더 폭넓고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 결의를 보류케 됐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CEO 연임 체제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며 "KB금융ㅇ에서 도립적인 이사회를 만들었다는 하지만 과거 거수기 역할을 했던 이사회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던 만큼, CEO 연임우선권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CEO 역사를 보면 평균 재임이 2년도 되지 않는다"며 "현 CEO연임우선권은 KB금융에서 내부인사 중심의 승계를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medea062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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