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진의 게임 카페] 외면당한 ‘교육용 게임 시장’, 사실은 블루오션

엔씨 아이액션북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교육용 게임이다. 최근 출시된 ‘빛과 소리’는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해당하는 과학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구성됐다. /엔씨소프트 제공

신작 게임 흥행 공식? 등잔 밑 들여다보라

국내 게임 개발사 대표 A씨는 게임업계 산증인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게임을 개발해오면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이런 그도 요즘 고민이 많다. 내수 시장 포화와 점유율 고착화가 가속화되자 신작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국내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시장 1위를 외산이 점령한 데다 인기 장르 쏠림 현상이 심해지다 보니 여간해서는 게임을 흥행시키기가 쉽지 않다.

직장 선배 B씨는 게임에 빠진 초등학생 아이 때문에 고민이다. 게임 좀 그만하라고 야단을 쳐봐야 그때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게임을 시켜주겠다고 하면 아이가 순한 양처럼 바뀐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 평소 하기 싫어하던 공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자를 익히고 복잡한 수계산도 도전한다. 골칫거리였던 게임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약’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설 연휴 기사로 ‘교육용 게임’을 준비하면서 느낀 일이다. 한 해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정작 교육용 게임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건진 작품은 ‘엔씨 아이액션북’(엔씨소프트), ‘모두의마블’(넷마블게임즈), ‘한글 탐정: 하나와 두리’(한빛소프트) 정도였다. ‘교육용 게임을 왜 개발하지 않냐’고 묻자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교육용 게임으로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글탐정: 하나와 두리 자연스럽게 한글의 기초 문법부터 일상생활 대화를 익힐 수 있다. 음성 인식을 이용한 말하기 학습 기능도 갖췄다. /한빛소프트 제공

그러나 이런 생각은 큰 오해다. 돈 벌이가 안 된다기보다는 돈 벌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교육용 게임 시장의 기대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지만 게임업계는 막연한 분야를 개척한다는 두려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교육용 게임 경우에도 딱 들어맞는다. 교육용 게임 개발 업체 게이밍이 전국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용 게임 구매 의사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5%가 한 달에 1만9000원 가량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에 게임을 이용 중인 자녀의 부모들은 자녀의 게임 이용에 한 달에 약 5000원~7000원을 쓰고 있지만 교육용 게임에는 3배 이상 많은 금액인 1만5000원~2만5000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기존 게임 시장은 ‘레드오션’이지만 교육용 게임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기존 시장은 절대 강자가 있지만 이곳은 이 또한 없다. 시장전망은 낙관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의하면 스마트교육 시장 규모는 내년 4조 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게임 시장 규모가 9조7000억 원대로 예측된다는 점을 미뤄 보면 교육용 게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고전인 ‘열자’의 탕문편(湯問篇)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나온다. ‘뜻을 세우고 꾸준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나이 아흔에 가까운 우공이 교통에 방해가 되는 태형, 왕옥 두 산을 옮기기 위해 흙을 나르자 지수라는 친구가 그 어리석음을 비웃으면서 일을 말렸다. 우공은 자기가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자손손 이어가면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 있다는 우직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이에 천제(天帝)가 우공의 성심에 감동해 이 두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 평지를 만들었다.

우공의 우직함은 많은 교훈을 준다. 교육용 게임을 대하는 게임업계도 이를 배울 필요가 있다. 각 분야 1등과 맞짱 뜨는 배짱도 중요하지만 우직함으로 새로운 1등 분야를 키워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교육용 게임 분야는 지수가 어리석다고 비웃음을 보일 만큼 ‘속 빈 강정’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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