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롯데, 인도네시아 공략 '극과 극'…백화점 '울고' 마트 '웃고'

롯데그룹 해외법인 진출 성적표는?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백화점과 마트를 개점해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지만 현지인들로부터 극과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자카르타=박지혜 기자

인도네시아 롯데백화점 왜 웃지 못하나

국내에서 '유통 왕국'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이 해외 진출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의 해외 공략 중 거의 유일하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현지에 가보니 롯데쇼핑이 운영 중인 마트만 현지화에 성공해 웃고 있었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어정쩡한 타깃층 설정으로 울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이다. 그 이유는 뭘까. <더팩트>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그룹의 현주소를 직접 찾아가 들여다봤다.

롯데그룹 수장인 신동빈 회장이 오는 2018년까지 인도네시아에 4개의 쇼핑몰을 건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인도네시아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현지인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를 두 축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훔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롯데백화점은 상시 할인 행사와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많았음에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말 시간 대에도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마트는 달랐다.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며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박 할인' 롯데백화점 '썰렁'…롯데마트 '현지화 성공'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꾸닝안에 있는 초고층 빌딩 '찌뿌트라 월드 자카르타'에 백화점, 쇼핑몰, 면세점 등을 열었다. 이곳은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 규모로 쇼핑몰 8만8000㎡(2만2660평), 백화점 2만2000㎡(6650평), 면세점 5000㎡(1512평)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단일 백화점보다는 복합 쇼핑몰을 선호한다는 점을 롯데가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롯데백화점은 '민폐 계열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로 소비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소에서 복잡하지 않다는 게 현장을 찾은 고객들의 일관된 답변이다.

한 층을 모두 걷는데만 15분이 소요될 정도로 매우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인 주말 오후에도 롯데백화점은 매우 한산한 풍경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에는 임시 판매대와 브랜드 등을 모두 합해 약 600개의 매장이 들어서 있다. 또 2층~4층 사이에 틈틈히 할인 행사장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정작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없었다. 한 판매원은 "보통 한시간에 10명 정도는 오고 가는데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잘 없다"며 "오늘도 영업을 시작한지 2시간 정도 됐는데 옷 1벌을 팔았다"고 토로했다.

롯데백화점은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층에서 진행하고 있는 행사에도 20명 남짓한 소비자들만 모여있어 썰렁한 행사장의 모습을 연출했다. 인도네시아의 성장세와 한류 열풍에 힘입어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신 회장의 포부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실제 인도네시아 롯데백화점이 개장한 날, 신동빈 회장은 직접 이곳을 찾아 백화점의 활성화를 기원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다. 인도네시아 언론 역시 신동빈 회장의 방문에 집중하며 롯데백화점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백화점 사업부의 해외 매출은 98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090억 원으로 적자 폭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현지 언론 캡처

한 교민은 "롯데백화점에 판매하는 물건은 대부분 현지인들에게 맞춰진 것이라 경제력이 있는 한국인, 중국인들은 이곳에 오지 않는다"며 "인도네시아는 아직 중산층들의 구매력이 약해 한국인,중국인, 인도네시아 주민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현지화 성공했다" 평가

반면 롯데백화점의 부진에도 롯데쇼핑은 현지인들 사이에 점차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롯데쇼핑이 운영중인 롯데마트는 2007년 네덜란드계 대형마트인 마크로(Makro)로부터 중국의 8개 점포를 인수하며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38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자카르타 꾸닝안 롯데마트에서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간다리아, 자카르타 등에 있는 롯데마트는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다리아시티 롯데마트점은 지하 1층 영업면적 약 6850㎡(2070여 평) 규모다. 또 소매형 매장 형태로, 전 상품을 낱개 단위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이 넓은 만큼 현지인 사이에서는 웃지 못할 '롯데마트 귀신설이 떠돌기도 했다. 한 현지인은 "간다리아시티점이 처음 개점했을 때, 아이를 잃어버리는 부모가 많아 졌다"며 "귀신이 아이들을 데려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엄마들이 이곳을 올 때는 아이를 동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간다리아시티점은 한인 교민들 사이에서도 '현지마트'로 통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이모(54)씨는 "롯데마트가 처음 인도네시아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았다"면서도 "막상 들어오니 완벽히 현지마트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 주부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꾸닝안시티 롯데마트점 역시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롯데에서 생산한 제품들이었다. 롯데마트는 한국상품 판매대를 만들고 라면, 김치,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 현지인은 "최근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 코너를 자주 들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역시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김치 라면과 같이 매콤한 음식이 잘 나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롯데마트는 해외시장에서 총 매출은 2조5170억 원, 영업손실 141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매출은 8.6% 줄고, 적자폭은 더 늘어났다.

롯데마트가 자사에서 생산한 라면, 통조림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한류 열풍을 타고 현지인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적자에도 롯데그룹이 인도네시아 진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펴낸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의 중산층 규모가 7400만 명에서 2020년 1억41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자카르타 지역의 최저 임금 역시 40%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내수 소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또 인도네시아롯데마트는 중국,베트남 점포에 비해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510억 원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133억 원, 2011년 7751억 원, 2012년 8394억 원, 2013년 8256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매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오는 2018년까지 인도네시아에 4개의 복합쇼핑몰을 더 연다고 밝혔으며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계속해서 점포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 20년 동안 유통 사업을 해 온 한 교민은 "인도네시아에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경제력이 높은 사람들인데, 롯데백화점은 중산층을 겨냥했다"며 "아직까지는 쇼핑을 목적으로 백화점을 즐겨찾는 중산층들이 적은 만큼 현지화되는데는 3~4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롯데마트는 진입장벽이 낮고 접근성이 높은 곳에 위치해, 현지인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수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언론 매체 관계자는 "롯데는 쇼핑(마트)과 백화점의 타깃을 각각 달리해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쇼핑보다는 수익 창출이 앞서는 백화점이 고객층의 공략 설정에 실패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팩트ㅣ자카르타=박지혜 기자 medea062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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