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대차그룹 한전 대지 '투자' 인정…GBC 플랜 속도 내나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의 높이 571m 높이의 마천루 세우기 프로젝트 시행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대차그룹 3사(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이 인수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대지(이하 한전 대지) 대부분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한 수천억 원의 세금 부담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오는 2018년까지 80조7000억 원, 올 한 해에만 무려 11조 원의 '통 큰 투자'를 선언한 현대차그룹에 전체 투자 규모의 절반이 넘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의 순항은 필수적인 만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사전정지작업이 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현대차 GBC, 투자 활성화 '기본' 정부 지원 '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에서 투자로 인정되는 업무용 건물 및 부속토지 범위를 공장과 판매장, 영업장, 물류창고, 본사, 연수원 등 기업이 직접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건물로 규정하는 세법 및 시행령의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들 업무용 부동산의 경우 기업이 토지 매입 후 2년 안에 착공에 들어가기만 하면 세금 면제 대상이 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제출한 한전 대지 개발 구상 및 협상 제안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한전 대지에 본사 사옥을 포함한 업무시설과 전시 컨벤션 시설, 호텔, 백화점 등을 갖춘 GBC를 짓는다. 이들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대지의 90% 이상으로 모두 정부가 제시한 '업무용 부동산' 범위에 포함된다. 즉, 한전 대지 대부분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착공 기한 요건 부담 역시 정부의 지원으로 덜어냈다. 정부는 부속토지 인정 요건으로 토지취득 후 해당 사업연도 말까지 착공하거나, 제출된 투자계획서 등에 따라 다음 사업연도 말까지 착공하기로 한 경우로 규정했다.
다만 용도 변경과 환경·교통영향평가 등 사전절차 소요기간 등을 고려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는 취득 후 2년 내 착공하기로 하면 투자로 인정된다. 이에 정부는 한전 대지 개발과 관련해 부속토지 인정요건의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 인허가 등에서 신속한 처리를 약속하고 오는 2016년 말까지 인허가를 받고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대차의 수천억 원대 세금 면제 혜택과 관련해 회사 측은 배당과 한전 대지 인수 금액을 제외한 투자액, 임금 인상분만 고려하더라도 기업소득환류세제 과표인 3조6800억 원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애초부터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는 견해지만, 시장에서는 회사 측의 해명 여부보다 현대차그룹이 '세금 부담'을 덜어냈다는 데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 현대차 GBC '이미지 제고'…풀어야 할 과제 '안전'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GBC가 삼성동 한전 대지에 들어설 경우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를 제치고 국내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제안서에 따르면 GBC의 층수는 115층, 높이는 571m다. 제2롯데월드는 층수(123층)에서는 GBC보다 앞서지만 층높이의 차이 때문에 정작 높이(555m)에서는 16m가 더 낮다.
국내 최고층 건물 순위 탈환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달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두바이의 838m의 '부르즈 칼리파'다. 이어 준공기준으로 중국 선전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648m(115층)의 '핑안 국제 금융센터'와 632m(117층) '상하이 타워',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601m(95층)짜리 '메카로얄 클락 타워 호텔', 597m(117층) 높이의 중국 '골든 파이낸스' 등이다.
물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1007m '킹덤타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추진 중인 새 마천루가 완공되면 이들의 순위에도 변화가 있겠지만, 현대차의 GBC가 완공되면 글로벌 '톱10' 입성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안전'이다. GBC 건립안이 수면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마천루' 롯데의 '제2롯데월드'가 잇단 안전관련 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만큼 정부와 시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한 안전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서울시는 현대차로부터 한전 대지 개발 구상 및 협상 제안서를 받은 이후 안전은 물론 교통 체증 등 편의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과 절차를 철저하게 준수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때문에 GBC 개발과 관련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와 제시한 안전기준 및 평가에서 협의를 이루지 못 할 경우 애초 계획에도 대수술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초고층 건물 플랜이 구체화 된 만큼 완공 때까지 '제2롯데월드'와 비교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자칫 완공을 서두르거나 공사 과정에서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한다면 현대차그룹은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여론의 뭇매 등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GBC건립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18일 감정가 3조3346억 원, 7만9341㎡ 규모의 한전 대지를 입찰 가격 10조5500억 원에 낙찰 받았고 오는 2020년까지 한전 대지에 그룹 본사와 호텔, 컨벤션 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이 모여 있는 GBC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